에스엠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에스파.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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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을 둘러싸고 한국 엔터테인먼트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경영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에스엠 현 경영진이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를 배제하고 카카오와 손을 잡았습니다. 이에 이수만이 케이팝 1위 업체인 하이브에 자신의 지분을 넘기면서, 케이팝 공룡의 탄생이 가시화됐습니다. 개미들까지 참전한 에스엠 인수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이재연 경제산업부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The 1] 증권가에선 어느 쪽 승산이 높다고 보고 있나요?
이재연 요원: 법적 쟁점이 많잖아요. 카카오는 법원 가처분, 하이브는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어느 것도 쉽게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증권가에선 최종 승자보단 주가 향방에 더 관심을 많이 두고 있습니다. 증권사 중엔 목표주가를 15만원까지 올린 곳도 있고, 아예 제시하지 않겠다는 곳도 있고 제각각입니다.
다만 공통적으론 어느 쪽으로든 판세가 기울면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상대가 사라지면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경쟁적으로 주식을 사들일 이유도 없어지니까요. 그걸 판단하기 위한 첫 분기점이 바로 가처분 신청 결과입니다. 이수만 쪽에서 ‘에스엠이 카카오에 2000억원 가량의 새로운 주식(신주)과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회사채(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을 일단 막아달라’고 법원에 신청한 상황이거든요.
[The 2] 이수만이 SM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 사건, 양쪽의 주장은 뭔가요?
이재연 기자: 먼저
이수만은 자신이 최대주주로서 가지고 있던 지배권을 빼앗아 가기 위해서 에스엠이 카카오에 신주와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상법에선 제3자보다 기존 주주에게 먼저 신주를 인수할 기회를 주라고 규정했거든요. 이 권리를 침해하는 건 불가피한 경우에만 허용합니다. 신기술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일 때만 말이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는 겁니다.
하이브 레이블 어도어 소속 뉴진스. 어도어 제공
[The 3] 현 에스엠 경영진은 뭐라고 반박하나요?
이재연 기자: 자신들은
비정상적인 이수만 1인 프로듀싱 체제를 개선하려고 했을 뿐 경영권 다툼을 하려고 한 건 아니라고 합니다. 카카오에 새 주식을 발행하기로 한 이후에 이수만이 하이브에 주식을 넘기면서 경영권 분쟁 상황을 연출했을 뿐이란 겁니다. 에스엠의 경쟁력 하락을 막으려면 플랫폼 기업과 제휴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게 시급한데, 네이버가 이미 다른 엔터테인먼트사와 협력 중이라서 카카오 이외엔 선택지가 없었단 거죠.
[The 4] 하이브가 에스엠을 인수하면 회사 규모가 매우 커질텐데요. 공정위가 독과점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진 않을까요?
이재연 기자: 올해 안엔 결론이 나올텐데요.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독과점을 판단하는 여러 기준 중 가장 단순한 건 점유율입니다
. 일단 음반시장만 봐도 하이브만으로도 점유율이 엄청나니, 에스엠과 합치는 걸 독과점이 아니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에스엠을 인수하면 콘서트 티켓, 음반, 굿즈 등 가격을 확 올릴 수 있는 아이템은 너무나 많습니다. 하이브가 불화설이 있는 문화방송(MBC)에 소속 아티스트들을 안 내보내고 있잖아요. 다른 곳을 상대로도 이렇게 할 수 있는 힘이 세지는 거죠. 그런데 공정위가 이것만으로 판단하지 않을 수 있으니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The 5] 공정위가 무엇을 더 보나요? 덧붙여 공정위의 결론은 어떻게 나오는 게 바람직할까요?
이재연 기자: 바로 ‘수출 경쟁력’입니다. 마법의 단어죠. 1998년에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를 승인한 이유 중 하나죠. 점유률만 따지면 독과점이었는데 말이죠. 이 기업들이 수출 기업이기 때문이라는 논리입니다. 이미 박지원 하이브 최고경영자도 “케이팝의 전 세계 영향력을 유지하고 주류로 만들기 위해서는 에스엠 인수가 필요하다”며 이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점유율 숫자를 정확히 안 봐서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국내 독과점이 심해진다면 인수를 불허하거나 제한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현대·기아차를 보세요. 국내기업 중엔 경쟁자가 없으니, 품질·가격·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잖아요.
수출을 명분으로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이익을 뒷전으로 두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생각합니다. SM과 하이브가 서로 다른 회사로 남아 있으면서 계속 경쟁하는 게 오히려 세계시장 경쟁력에도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The 5]에 다 담지 못한 에스엠 현 경영진과 이수만의 갈등의 원인과 하이브가 진행 중인 공개매수의 구조와 전망, 에스엠 인수전의 세 가지 관전 포인트 등을 휘클리에서 모두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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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