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묵인한 것으로 계기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이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한 수산시장 어항의 일본산 수산물. 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묵인하면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거부할 논리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해양 동식물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발표를 내세워 수산물 수입 규제를 해제하라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27일 일본 관방청·수산청 등의 발표를 종합하면, 일본 정부는 지난달 국제원자력기구의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최종보고서 발표를 계기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최종보고서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수산물 수입 규제와 관련해 “일본산 식품에 대한 수입 규제 철폐는 정부의 중요 과제다. 관계 부처 간에 협력하면서 적절한 형태로 대처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일본 수산청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뒤 원전 인근에서 잡은 어류에서 삼중수소(트리튬)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수산물 안전성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 뒤 2013년 방사능 오염수가 유출되자 후쿠시마 주변 8개 지역 모든 수산물과 인근 14개 지역 27개 품목의 농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5월 한국 정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고, 2018년2월 1심인 분쟁해결기구패널은 일본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1년 뒤 2심 상소기구에서 “식품 오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본의 특별한 환경적 상황 등도 고려해야 한다”며 한국 손을 들어줘 현재까지 해당 수입 규제가 유지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우리 정부가 오염수 방류에 ‘사실상 찬성’하면서 농수산물 수입 규제를 유지할 논리가 빈약해졌다고 지적한다.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오염수 방류에 반대 의사를 표하지 않으면 안전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돼 ‘수산물 안전을 확신할 수 없어 수입을 규제한다’는 법적 논리가 약해질 것”이라며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같은 국제법 대응으로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하지 않는다면 일본의 세계무역기구 제소 등 수산물 수입 요구를 막기 어려운 분위기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수입 규제가 세계무역기구 협정에 따른 잠정적 조치라는 점에 주목한다.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오염수의 안전성은 바다 생태계 환경을 포함하는 것”이라며 “잠정적인 일본 수산물 수입 규제 조치를 깰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수입 규제 조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객관적 위험 평가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세계무역기구 제소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기존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근거로 내려진 세계무역기구의 판단을 현재 오염수 방출 문제와 분리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분쟁대응과 관계자는 “우리 정부의 수산물 수입 규제와 세계무역기구 판단은 2013년 상황에 근거한 것이지 현재 오염수 방출에 따른 것이 아니다”라면서 “국제원자력기구 종합보고서를 존중한다는 정부의 입장이 향후 수입 규제에 불리할 것이란 주장도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나쁘게 작용한다는 인과관계는 성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