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으로 촬영한 미국 조지아주 ‘솔라 허브 카터스빌 공장’ 전경. 한화솔루션 제공.
11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 ‘솔라허브’의 카터스빌 공장 공사 현장. 크레인 등 건설중장비들이 내는 소음이, 흙먼지 흩날리는 약 40만평 공사 부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 솔라허브는 엘(L)자 모양으로 지어지고 있다. 그 가장자리를 따라 걷는 길이만 약 2.5㎞. 태양광 핵심 벨류체인(가치사슬)을 구성하는 잉곳·웨이퍼·셀·모듈 공장이 들어선다. 각 공장들은 내년 하반기 차례로 가동될 예정이다. 공사 현장에는 하루 10~12시간 400여명의 인력과 80여대의 중장비가 투입되고 있다.
공사 진행률은 9월말 기준 약 17%다. 그 중 진행 속도가 빠른 모듈 공장은 콘크리트 벽 위로 하얀 지붕이 올라간 상태다.
“지난 3월만 해도 작은 산이었어요. 나무를 베고 평탄화 작업 등을 거쳐 여기까지 왔네요.” 카터스빌 공장 건설을 총괄하는 큐셀 미국 제조본부 인프라부문장 최대연 상무의 말이다. 막바지에는 24시간 공사를 진행하며 하루 최대 2000~ 25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할 수도 있단다.
솔라허브는 모듈을 생산하는 조지아주 달튼 1·2공장과 이곳 카터스빌 공장을 아우르는 한화솔루션의 미국 태양광 생산기지를 말한다. 카터스빌 공장은 달튼 공장과 차로 33분 거리에 있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단일 기업으로는 각 3.3GW(기가와트) 규모의 핵심 밸류체인별 생산라인 첫 구축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나아가 한화의 미국 내 모듈 생산능력이 현재(1.7GW)보다 다섯배 가까이 많은 8.4GW로 증가한다. 130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실리콘 전지 기반 모듈을 만드는 태양광 업체 생산 능력으로 북미 최대 규모다.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서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의 카터스빌 모듈 공장이 신설되고 있다. 한화솔루션 제공.
호재로 작용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한화솔루션이 미국 유일의 ‘태양광 풀 벨류체인’을, 누구보다 ‘빠르게’ 구축하려는 건 빠르게 성장하는 북미 태양광 수요 대응을 우해서다. 달튼 2공장도 9월 예정이던 시험생산을 7월로 앞당겼다.
시장조사업체 우드맥킨지는 전세계 태양광 발전 연간 설치량이 2022~2031년 연평균 7%(199GW→353GW)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는데, 그 중 북미 성장률(연평균 19% 성장·16→75GW)이 가장 가파르다. 태양광 발전 단가가 기존 전력 발전단가보다 떨어지면서 경제성을 확보했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 기반 수요가 더해진 점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기후변화 대응뿐 아니라, 이차전지,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국제 정세가 한화솔루션에 호재로 작용한 셈이다.
인플레이션감축법은 태양광 제조 업체에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제공한다. 올해 1분기 229억원, 2분기 279억이 한화솔루션 영업이익에 반영됐다. 한화솔루션은 최대 생산 가정시, 연간 최대 세금 감면액을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 기준 약 1조원(8억7500만달러)으로 추산한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태양광 발전 업체를 대상으로 한 세제 혜택도 있다. 태양광, 풍력 등 발전 설비를 지을 때 투자금액의 30% 세금을 공제(투자세액공제·ITC)해 준다. 아직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미국산 부품을 사용하면 10% 혜택(Domestic contents Requirment)이 추가된다. 최 상무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게 되니 공사에 더 속도를 내게 된다. 특히 모듈은 인센티브가 가장 크고(와트당 7센트) 공사도 어렵지 않아 진척이 빠르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 미국 솔라 허브 구축 로드맵. 한화솔루션 제공
“속도·규모의 차이만… 대세는 변치 않아”
미국 정부 입장에서 미국 태양광 에너지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인 25억달러(한화 3조2천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 한화솔루션은 인플레이션감축법의 효과를 입증하는 긍정적 사례로 활용된다. 조지아주는 솔라허브를 통해 4천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 본래 세계 최대 카페트 생산 기지였던 지역 내 산업 구조도 바뀌고 있다.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정부 지원 정책이 축소될 우려는 없을까. 큐셀 미국 지역 사업을 총괄하는 박흥권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미국사업본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은 재생에너지를 밀고, 공화당은 밀지 않는다고 말하기 어렵다. 바이든 대통령에 반대하는 하원 의원의 지역구가 혜택을 입기도 한다. 어느 당이든 간에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의) 속도나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대세는 변하지 않는다.”
다만, 미국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 퍼스트솔라가 최근 미국 내 5번째 모듈생산 공장 설립계획을 발표하는 등 태양광 신·증설 경쟁이 본격화된 점은 부담이다. 한화솔루션이 주력하는 주택용·상업용 태양광 외에,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발전용 태양광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4월 6일(현지시각) 조지아주 달튼에 위치한 한화솔루션 태양광 모듈 공장을 둘러보며 현장 근무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내 한국 투자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달튼 공장을 방문해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 모범 사례로 한화솔루션을 추켜세웠다. 한화솔루션 제공.
한편 미국과 다르게 한국 태양광 사업은 점차 축소되는 추세다. 국내 태양광 시장 수요는 지난해 기점으로 줄고 있다. 달튼 2공장은 한화솔루션이 한국 진천 공장 등에서 생산한 태양광 셀을 활용하는데 카터스빌 공장이 완공되면 한국이 아닌 미국 내에서의 자급이 가능해진다. 평균 가동률이 꾸준히 하락세인 큐셀 한국 공장의 생산 규모는 더 축소될 수 있다.
달튼·카터스빌·아틀란타·레드먼드/고한솔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