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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한국GM ‘3년 5천억’ 뻥튀기, 누가 만들었나

등록 2017-08-31 09:11수정 2017-08-31 09:24

[현장에서]
한국지엠 부평 2공장 조립라인에서 직원이 말리부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한국지엠 제공
한국지엠 부평 2공장 조립라인에서 직원이 말리부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한국지엠 제공

자동차업계의 통상임금에 대한 ‘볼멘소리’가 연일 언론을 타고 있다. 한국 철수설이 불거진 한국지엠(GM)을 두고도 또 논란이다. 한국지엠 노사는 2014년 7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기로 하고 그해 3월부터 이를 소급 시행하기로 했다. 많은 언론이 이에 따라 늘어난 한국지엠 인건비 규모가 연 1300억원이라고 추산한다. 28일엔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까지 나서 “한국지엠은 지난 3년간 5천억원의 인건비가 증가했고 판매 부진이 겹치며 공장 철수를 검토 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간 1300억원, 3년간 5천억원. 이 숫자들은 어디서 온 걸까. 관련 기사들을 꼼꼼히 훑어봐도 출처나 셈의 근거를 알 수 없다. 장 의원 쪽에 물으니 “경제지 보도를 참조했다”고 한다. 한국지엠은 “우리가 발표한 숫자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생산자와 최초 유통자를 알 수 없는 ‘3년간 5천억원’은 이렇게 언론과 국회의원 입을 거쳐 재생산되고 있다.

장 의원 쪽에 한국지엠 인건비 부담 증가를 설명할 또 다른 자료는 없느냐고 물었다. 장 의원 쪽은 이번에는 “한국지엠에 요청해 받은 공식자료”라며 어느 책자의 일부를 사진으로 찍어 보냈다. 평균연봉이 2014년 7700만원에서 2015년 7890만원, 2016년 8740만원으로 늘었다는 내용이다. 한국지엠 쪽은 이 자료에 대해 “인건비는 민감한 사안이라 어떤 자료도 국회나 언론에 제공하지 않는다”고 했다. 둘 중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별다른 검증 없이 유포되고 있는 이 ‘작자 미상’의 숫자 5천억원은, 실은 터무니 없이 부풀려져 있다. 장 의원 쪽이 제공한 평균연봉 자료로 따져봐도 2년간 인건비 증가분은 1664억원(2년간 1인당 1040만원×1만6천명)이다. 3년 치를 추산하면 2496억원이 나온다. 한국지엠 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계산해 보면 더 적다. 여러 인건비 항목 중 통상임금 영향을 받았을 급여와 퇴직급여의 합은 2014년부터 2년간 760억원이 늘었다. 3년 치를 추산하면 1139억원이다. 5천억원은 ‘불가능의 숫자’다.

한국지엠도 인건비 증가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하고 최종적인 자료는 감사보고서라고 인정했다. “감사보고서상 재무제표를 보는 게 맞다. 다만 내부에서는 연 1300억원 부담 효과가 생겼다고 추산한다. 감사보고서에 따른 부담 규모가 더 작은 것은 희망퇴직 등으로 1천명이 퇴직했기 때문”이란 설명인데, 지난 3년 5천억원 지출은 아니란 얘기다.

한국지엠은 2014년 노사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통상임금 논란이 일단락됐다. 그럼에도 철수설이 다시 불거지고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1심 선고일이 다가오자 ‘뻥튀기’된 숫자가 언론 지면과 정치권을 맴돈다. 통상임금 합의에 따른 한국지엠의 경영상황을 ‘진단’하려면, 제대로 된 인건비 부담 증가액부터 내놓고 논의해야 할 것이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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