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씨제이그룹 회장의 아들 이선호씨. 씨제이 제공
씨제이(CJ)그룹 승계 작업의 중심에 있는, 이재현 회장의 맏아들 이선호(29) 씨제이제일제당 부장이 액상 대마를 국내에 밀반입하려다 적발되면서 재벌 3세들의 잇단 마약 관련 범행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관련 범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업인들 스스로 국민적 신뢰를 깎아 먹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씨제이그룹의 승계 작업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2일 검찰과 씨제이그룹 말을 종합하면, 이씨는 미국에서 출발한 항공기에 액상 대마 카트리지 수십개를 항공화물로 숨긴 뒤 1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밀반입하려 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세관당국은 입국객 검색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적발했고, 이씨 신병을 넘겨받은 인천지검 강력부(부장 김호삼)는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고 있다. 이씨는 간이 소변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고, 반입 사실 등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류 관리법은 마약 수입에 대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씨가 밀반입을 시도한 액상 대마 카트리지는 국외 유학 경험이 있는 에스케이(SK)그룹과 현대그룹 등 재벌 3세들이 잇달아 투약한 것과 같은 종류의 변종 고농축 대마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케이그룹 창업주 최종건 회장의 손자이자 고 최윤원 에스케이케미칼 회장 아들 최영근(31)씨,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8남 정몽일 현대엠파트너스 회장 아들 정현선(28)씨도 액상 대마 등을 피운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국외 유학 및 장기 체류 경험이 있다. 이씨는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최씨는 미국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 등에서 공부했다. 마약 사건을 다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대마가 합법화된 지역에서 젤리나 쿠키 등 형태로 들여오는데다가, 액상 마약의 경우 최근 국내에 출시된 액상 담배 등으로 가장해 유통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씨는 23살이던 2013년 씨제이제일제당에 평사원으로 입사했고, 2015년 대리, 2016년 과장, 2017년 부장으로 승진하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씨제이그룹은 지난 4월 계열사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 분할 등을 통해 이씨로의 승계 작업을 본격화했다. 2014년 합병한 올리브영 부문과 정보기술(IT) 부문을 다시 인적 분할하고, 아이티 부문을 지주회사인 ㈜씨제이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씨는 지주사 지분(2.8%)을 처음 확보하게 됐다. 2014년 합병 직전 이재현 회장이 이씨에게 증여한 아이티 부문 주식이 밑돌이 됐는데, 사업상 뚜렷한 연관성 없는 두 부문을 5년 만에 합치고 떼어내는 과정을 통해 이씨의 지주사 지분 확보가 ‘손쉽게’ 이뤄졌다는 지적이 일었다.
마약 밀반입 사건 진행 경과에 따라 이씨를 중심으로 한 씨제이그룹 승계 작업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잇단 마약 사건으로 국민적 경각심이 높아졌고, 경영권 승계 작업이 전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마약 혐의가 잡힌 터라 도덕적 책임이 무겁다는 지적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재벌 3세들은 창업주나 2세와 달리 창업과 경영 면면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책임 있는 자리에 오르게 된다”며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에 대한 주변의 엄격한 지도와 관리가 뒤따르지 못하면 경영 자질에 물음표가 붙을 수 있다”고 했다. 파리바게뜨 등을 운영하는 제과업체 에스피시(SPC)그룹은 지난해 허영인 회장의 차남 허희수(40) 전 부사장이 액상 대마 밀수·흡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되자 경영 배제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씨제이그룹은 이날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현소은 이정하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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