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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중견·중소기업, 코로나19에 ‘현금 가뭄’…상당수 빚 못 갚을 위기

등록 2020-03-19 19:21수정 2020-03-20 02:09

[상장사 1425곳 유동성 분석]

186곳 상장사 유동성 부족 심각
영업으로 번 돈 이자도 충당 안돼

대기업은 부동산·주식 팔지만
중소·중기는 뾰족수 없어 막막

6개월내 만기 회사채 1조 넘어
그래픽 김승미
그래픽 김승미

지난해 9월말 현재 자전거 제조사 ㅅ사가 보유한 1년 내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유동자산)은 342억원이다. 반면 1년 내 갚아야 할 부채(유동부채)는 653억원으로, 유동자산의 약 두배였다. 지난해 3분기까지 30억원 누적 적자를 낸 이 회사는 같은 기간 은행 이자 등 부담한 금융비용은 28억원이었다. 돈은 벌지 못하면서 이자만 겨우 낼 정도로 재무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예견되는 속에 상당수 중견·중소기업들은 위기를 버틸 현금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에 견줘 현금 및 현금화할 자산도 적은데다 실적 악화 탓에 대출 등 자금 조달도 어렵다. 특히 수년 간 실적이 부진했던 기업들은 보유 자산(순자산)을 모두 팔아도 빚을 다 갚지 못하는 상태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

<한겨레>가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Fn)가이드에 의뢰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1425곳의 유동성 현황(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를 받아 살펴 보니, 이자비용이 영업이익보다 많아 이자보상배율이 1배 이하이면서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많아 유동비율이 100%를 밑도는 상장사가 186곳(13%)이었다. 실적이 부진해 영업이익으로 은행 이자비용을 충당할 수 없고, 유동자산을 현금화하더라도 1년 내 상환해야할 채무를 다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한국전력, 지역난방공사와 같은 대형 그룹이나 공기업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대규모기업집단에 속하지 않는 중견·중소기업이다.

이 중에는 영업손실을 낸 기업이 139곳에 이르렀다. 지역 백화점 ㄷ사와 전자부품 제조사 ㅂ사, 음원 유통사 ㅅ사 등이 그 예다. 이런 기업은 글로벌 수요 침체로 일감이 떨어지거나 고객사의 실적 부진으로 외상매출이 늘면 회사운영에 필요한 현금이 부족해질 여지가 크다.

유동성 지표가 비슷하게 낮더라도 대기업은 부동산, 국외법인 주식 등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상대적으로 많다. 예를 들어 지난해 3분기 기준 유동비율이 100% 이하인 씨제이 제일제당과 대한항공은 현금 확보를 위해 서울 도심 부지를 내 놨다. 이마트와 롯데쇼핑도 오프라인 점포 매각 등의 방법으로 현금 확보에 부산하다. 이지영 엔에이치(NH)증권 애널리스트는 “겉보기에 유동성 지표가 낮은 대형 유통기업들은 알짜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터라 현금 확보가 아주 어렵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중소·중견 기업들은 자산 규모가 적고 신용등급도 상대적으로 낮은 터라 현금 확보가 쉽지 않다. 박재성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들은 영업활동이 주요 현금 조달원인데 코로나19로 소비가 줄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며 “자산도 대부분 공장과 자재물품 정도이고, 이마저도 은행 담보대출이 잡힌 터라 매각 등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신용등급이 낮아 회사채 조달도 어렵다. 사실상 정책자금을 비롯한 은행 신용대출이 전부”라고 덧붙였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대기업들은 지난해 회사채 시장 호황을 활용해 상당수 현금을 확보한 반면 상당수 중견·중소기업들은 그렇지 못했다”며 “항공·해운 등 직접적 영향을 받는 기업과 현금이 부족한 중소기업, 한계기업이 코로나19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최근 수년 간 전환사채(CB)이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 주식관련채권을 발행해 현금을 조달한 기업들도 유동성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최근 주가가 폭락한 만큼 채권자들이 주식 대신 현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관련 ㅎ기업도 올초 주가가 급하락하자 전환사채를 현금으로 바꿔달라는 조기전환청구권(풋옵션) 행사 요청이 지난 3개월 새 여덟 차례나 들어왔다. 예탁결제원 통계를 보면, 향후 6개월내 만기가 되는 일반회사채 발행잔액은 약 1조3300억원 남짓이며, 주식관련채권은 2300억원 수준이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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