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사용자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3일 법인세·상속세 인하와 해고 요건 완화 등이 담긴 40개 법 개정 요구 사항을 내놨다. 코로나19로 타격받은 기업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취지라고 하지만, 상속세 인하나 ‘3%룰’ 폐지 등 코로나19 피해와 관련이 적은 내용도 다수 포함됐다. 코로나19를 빌미 삼아 재계의 ‘숙원사업’을 해결하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뒤따른다.
경총은 이날 경제·노동 8대 분야 40개 입법 개선 과제 담은 ‘경제활력 제고와 고용·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경영계 건의’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경총은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예기치 못한 위기로 글로벌 경제가 초대형 복합 위기에 처해 있다”며 “기업 심리와 투자 활력을 회복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경총이 제시한 대국회 요구를 보면, 코로나19 피해와 큰 관련이 없는 내용도 다수 담겨 있다. 경영상 해고 요건을 현행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서 ‘경영합리화 조치가 필요한 경우’로 완화해달라는 요구가 대표적인 예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실물경제 뇌관이 바로 구조조정 폭풍”이라며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 비중이 작지 않은데 (구조조정이 손쉬워지면) 소비가 더욱 얼어붙어 경제 충격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25%로 낮추는 방안과 상장사의 감사(위원)를 선임할 경우 지배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3%룰' 폐지를 요구한 것도 코로나19와는 관련이 적다. 이 교수도 “상속세 인하와 코로나19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의아하다”며 “재정 소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세수를 줄이는 요구가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22%로 인하해달라는 요구도 조심스레 봐야 한다는 평가가 있다. 경기 침체기엔 재정 지출을 늘리는 동시에 감세도 경기 부양책에 포함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국내 세수의 상당분을 차지하는 초대형기업의 감세는 자칫 재정 여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은 이날 경총 요구에 대한 입장문을 내어 “(경총이) 경영인의 경제범죄에 대한 가중처벌 기준을 완화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 삼성 이재용 부회장 같은 일부 경영인들의 탈법 논란과 재판이 현재 진행중인 이 때, 코로나19 위기를 틈탄 ‘제 식구 감싸기식’ 요구”라고 비판했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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