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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두산, 알짜기업 더 팔고 ‘계열 분리’로 위기 불길 잡을까

등록 2020-04-13 08:31수정 2020-04-13 08:44

곧 내놓을 자구안에 쏠리는 관심

핵심 기업 두산중 위기로
그룹 전체가 벼랑에 몰려

두산 자구안 뭘 담을까
솔루스 외 다른 자산 매각
사업 구조 대수술 불가피

계열사 위기→그룹 위기 막으려면
채권단 ‘과녁’ 소유구조 향할 수도
사촌형제 복잡한 지분 정리 통해
독립 계열분리 체제 전환 목소리

두산그룹이 조만간 채권단에 제출할 자구방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업계와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년 전부터 불거진 두산건설·두산중공업 재무 위기가 급기야 그룹 전체를 유동성 위기에 빠트리고 있어서다. 그룹 전체의 사업구조 재편뿐 아니라, 사촌형제 총수 일가 사이의 소유지분 정리 및 계열 분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솔루스 외 다른 자산도 매각? 업계에 따르면, 두산이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 낼 자구안에는 인력감축은 피하는 대신, 알짜 계열사를 포함해 각종 자산을 매각하는 내용이 주로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전자·바이오 소재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두산솔루스 지분 51%(경영권 포함)를 사모펀드(PEF)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하는 협상을 사실상 타결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의 미래 신성장사업 계열사로 꼽혀온 두산솔루스는 두산그룹 사업지주회사인 ㈜두산(17%)과 박정원 두산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 특수관계인 36명(44%)이 지분 61%를 갖고 있다. 두산솔루스의 지분 매각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약 6천억원으로 알려졌다. 매각대금은 현금 고갈 상태에 빠진 두산중공업에 지원될 예정이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만 약 4조2천억원에 이른다. 채권단이 1조원 한도대출 긴급자금을 지원하고, 곧 만기 상환해야 할 외화공모사채 5790억원은 지급보증을 섰던 수출입은행이 대출로 전환해 준다 해도 2조원 이상 추가 지원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3분기 순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약 9천억원 마이너스(순유출)를 기록하는 등 영업활동을 해도 오히려 현금이 빠져나가는 처지다. 이에 따라 그룹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수준의 경영 정상화를 꾀하려면 솔루스 외에 다른 자산들도 팔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룹의 사업구조를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얘기다.

■ ‘계열사 위험 옮겨붙는 구조’ 끊어야 전통적으로 소비재·유통사업을 주축으로 삼던 두산은 2000년대 들어 잇따라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중공업·기계·건설 등 중후장대 그룹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중공업·건설 부문이 재무 위기에 빠지자 연료전지 등 미래 신성장 업종으로 다시 무게중심을 옮기는 사업 재편을 구상해왔다. 지난해 10월 지주회사 ㈜두산에서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을 자회사로 분할·상장한 게 대표적이다. 솔루스 매각이 일시적인 ‘재무 리스크’ 타개를 넘어 그룹 전반의 사업구조를 또 다시 정비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공산이 큰 이유다. 채권단의 과녁이 몇몇 계열사의 회생에 머물지 않고 두산그룹 소유·지배구조로 곧장 향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 등 핵심 계열사가 전 세계 시장을 상대로 수주 사업을 벌이는 터라, 세계 경제 동향에 더 민감하다는 점도 두산의 고민이다.

두산그룹은 우량·한계 계열사를 막론하고 상호 채무보증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고 계열사간 유상증자 참여 및 주식 현물출자가 빈번했다. 몇몇 계열사의 신용위험이 그룹 전반의 위기로 빠르게 연쇄 전이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에선 이처럼 불길이 다른 회사로 금방 옮겨붙는 취약 고리를 끊기 위해 채권단이 두산에 계열분리를 강도 높게 요구할 것이라고 점친다.

■ 4촌간 계열 분리 현실화하나? 다소 성급한 전망일 수 있지만, 두산이 사촌형제 등 총수 일가 사이의 복잡한 지분을 조정·정리함에 따라 그룹 체제가 크게 약화하고, 결국 독립 계열분리 체제로 재편되는 그림 역시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로 입에 오르내린다. 두산은 2016년 3월 박정원 회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국내 재벌 대기업 중 처음으로 ‘4세 승계 경영체제’가 시작됐다. 하지만 3세 형제 5명이 나눠맡던 ‘형제 경영’이 끝난 뒤, 지금은 집안의 ‘4세 사촌형제’들이 똘똘뭉친 지분으로 그룹을 여전히 지배하는 구조다.

㈜두산의 주식소유 분포를 보면, 박 회장을 비롯해 총수 일가 특수관계인(주로 사촌형제들)이 36명(지분 47.24%)에 이른다. 이미 지난해 솔루스·퓨얼셀 분할 단행 때부터 업계에서는 사촌 형제간 지분 조정을 거쳐 계열 분리가 진행될 수 있다고 여겼는데, 채권단의 이번 1조원 지원과 자구책 제출 국면을 맞아 이제 타율적으로 계열 분리 작업이 속도를 낼 공산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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