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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그나마 버틴 국내 백화점, 파산 몰린 외국 백화점…왜?

등록 2020-04-27 18:34수정 2020-04-28 02:34

[코로나 충격 극명한 차이 왜?]

미국은 80~90% 직매입 거래
위기때 재고 부담 떠안는 구조
니먼마커스 등 파산 신청 임박

한국은 특약 거래 비중이 73%
10~20% 매출 감소 겪었지만
안팔리면 납품업자한테 반품
그래픽_고윤결
그래픽_고윤결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미국의 일부 백화점이 파산 위험에 처했다. 국내 백화점 업계도 코로나19 충격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존립 자체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다. 이런 차이는 두 나라 백화점 업계의 생태계가 서로 다른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직매입 거래 중심인 터라 위기 국면에서 재고 부담을 백화점이 고스란히 떠안지만, 한국은 그 부담을 납품업체가 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물론 전자상거래 부상에 따른 수익 악화는 두 나라 백화점 업계가 공통으로 풀어야할 숙제다.

27일 미국 <시엔비시>(CNBC) 등 외신을 보면, 백화점 체인 ‘니만마커스’와 ‘제이시(JC)페니’의 파산보호 신청이 임박했다. 업력이 100년이 조금 넘은 초장수 백화점 체인이 코로나19 여파로 생사 기로에 선 셈이다. 이들이 파산하면 미국의 주요 유통업체 중 코로나19 유행 이후 파산한 첫 사례가 된다. 또다른 미국의 주요 백화점들도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최대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는 추가 자금을 마련하고, 고가 상품 중심 백화점 ‘노드스트롬’은 부동산 담보로 6억달러를 조달하는 등 재무 악화에 허덕이고 있다.

이와는 달리, 국내 백화점 업계도 코로나19로 매출 부진을 겪고 있지만 파산설이 나오지는 않는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 1~3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매출이 12.7% 줄었고, 롯데·현대백화점 등도 대체로 10~20% 수준의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비교적 잦아든 최근에는 본격 소비 반등을 기대하는 분위기마저 형성되고 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두 나라 백화점 업계의 이런 온도차는 상품 매입 방식의 차이가 주된 요인이다. 미국 업계는 직매입 중심의 구조다. 백화점이 납품업체로부터 직접 상품을 사들여 소비자에 판매하는 게 일반적 거래 방식이라는 뜻이다. 엠디(MD) 능력에 따라 상품군 구성이 가능해 경쟁사와 차별화가 쉽다는 잇점이 있다. 다만 판매와 재고 책임을 백화점이 온전히 떠안는 터라, 위기 국면에선 외려 재고 부담에 따른 자금 압박에 손쉽게 노출되는 단점이 있다. 한 국내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일괄 폐쇄에 들어가면서 급격히 늘어난 재고 부담이 파산 위기로 내몬 것 같다”고 평가했다. 중소기업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미국 백화점의 직매입 거래 비중은 80~90%에 이른다.

한국은 ‘특약 매입’ 거래 중심이다. 납품업자한테 상품을 외상 매입해 판매하되 팔리지 않은 상품은 반품하는 구조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국내 백화점 빅3(롯데·신세계·현대)의 특약거래 매출 비중은 2017년 기준 73%에 이른다. 이런 거래 방식은 재고 부담이 납품업체의 몫인 터라, 불황 국면에선 백화점의 재무 부담을 덜어준다. 위기에 강한 비즈니스 모델일 수도 있으나, 대형 유통업체가 중소 납품업체에 위험 부담을 떠넘긴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기연구원은 2015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직매입은 백화점은 물론 미국의 모든 업태에서 흔히 보이는 거래 형태”라며 “백화점과 납품업체가 힘의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서로 능력에 기초해 경쟁하는 구조”라고 밝혔다. 한국의 특약거래가 백화점이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중소 업체를 쥐어짜는 거래라는 우회적 비판인 셈이다.

물론 미국 백화점 업계의 위기를 수년전부터 시작된 전자상거래 혁명에 따른 오프라인 업체의 몰락으로 읽는 시선도 있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 자료를 보면, 미국 백화점 매출은 2007년을 끝으로 2천억달러를 넘긴 뒤 매년 줄어, 2018년에는 1416억달러에 머물렀다. 반면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판매액이 2009년 1455억달러에서 2018년 5196억달러로 10년 만에 세 배 이상 늘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 백화점 업계의 몰락을 강 건너 불구경할 수는 없다는 게 국내 업계의 판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엔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출 비중이 각각 58.8%, 41.2%로 팽팽했으나, 올해엔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 시장의 추가 성장으로 채널별 매출 비중이 역전될 소지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산품과 패션 쪽은 전자상거래로 넘어간 지 오래”라며 “가격이 높기 때문에 직접 보고 구매하는 비율이 높은 리빙, 명품 쪽을 백화점 업계가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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