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물품을 분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택배 노동자들이 오는 21일부터 들어가기로 했던 분류작업 거부 계획을 철회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정부와 택배업계가 마련한 대책을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당장의 갈등은 봉합이 됐지만, ‘분류작업’이 택배기사 고유 업무인지에 대한 노사 간 의견 차이가 커 불씨는 남아 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18일 입장문을 내어, “(분류작업 거부) 계획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번에 발표한 대책이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 다소 미흡하긴 하지만, 정부의 의지와 노력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아쉬움은 있지만 정부의 노력과 분류작업 전면 거부로 인한 국민의 불편함 등을 고려해 예정돼 있던 계획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대책위는 “각 택배사와 대리점에 분류작업 인력 투입에 따른 업무협조 요청을 발송하고 분류작업 인력 투입에 따른 출근 시간을 (평소보다 2시간 늦은) 오전 9시로 조정할 계획”이라며 “약속한 분류작업 인력 투입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특단의 조처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초 전국 4천여명의 택배기사들은 21일부터 분류작업 거부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분류작업은 지역별 서브터미널에 모인 택배 물량을 배송기사들이 자신의 배송 권역에 따라 분류하는 업무를 뜻한다. 택배기사들이 분류작업을 거부할 경우 ‘물류대란’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던 상황이었지만, 택배업계가 추석 성수기(9월14일~10월16일) 서브터미널 분류 인력을 포함해 하루 평균 1만여명을 추가 투입하는 방안을 내면서 갈등이 일단락됐다. 분류업무를 ‘택배기사 고유 업무’라고 주장해온 업계가 서브터미널에 추가 인력을 공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성수기에 한시적으로 인력을 투입하는 것이어서, 향후 분류 업무를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세규 전국택배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은 “(정부와 택배업계 쪽의) 이번 조치가 처음 나온 것이어서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며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기 때문에, 정부·업계에 계속 신경을 기울여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분류작업은 하루 5~8시간씩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에 따른 별도의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아, 택배 노동자들이 ‘공짜 노동’이자 ‘장시간 노동의 원인’으로 지목해왔다. 반면 택배업계는 분류작업이 택배기사 고유 업무에 포함되는 일로 간주하고 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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