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 피시방에 큐알(QR) 코드 인증 후 입장해달라는 공지 푯말이 세워져 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경기도 부천시에서 피시(PC)방을 운영하는 김아무개 사장은 29일 국내 최대 게임서비스 업체인 넥슨으로부터 감동의 ‘추석 선물’을 받았다. 9월치 게임서비스 이용료 100만원가량을 돌려(페이백)받았다. 그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액수와 상관없이 어려움에 공감하며 손을 내밀어주니 고맙죠”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선결제와 공동구매 같은 ‘연대소비’ 방식으로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돕기에 나선 가운데, 기업들도 도움의 손을 내밀고 있다. 대형 게임회사인 넥슨의 전국 가맹 피시방의 9월치 게임서비스 이용료 전액 감면 결정은 그 신호탄이다.
이영호 넥슨 부실장은 2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로 피시방들이 상당 기간 문을 닫아야 했다. 지금도 청소년 출입금지와 흡연실 폐쇄 등 영업 제한이 있다”며 “피시방이 (감염병 확산 차단이라는) 공익 목적을 위해 희생한 것인 만큼 희생을 요구한 사회가 그들의 어려움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서비스 이용료 면제는 피시방 사업자들에게 가장 직접적이고 실효성 있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넥슨은 ‘피파(FIFA) 온라인 4’와 ‘메이플 스토리’ 등 온라인게임 27종을 가맹 피시방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피시방들은 이용자로부터 받은 요금 가운데 일부를 게임서비스 이용료로 게임업체에 주고 있는데, 이 이용료 한달치를 면제한 것이다. 넥슨이 만든 온라인게임의 피시방 점유율을 염두에 두면, 감면액은 30억원 수준이다. 앞서 엔씨소프트·펍지·카카오게임즈도 게임서비스 이용료 환급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넥슨 등이 피시방 지원에 나선 건 게임사업자와 피시방이 공생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피시방이 줄도산할 경우 게임업체도 핵심 매출처를 잃는 구조이다. 이는 건물주, 통신사, 보안업체, 한국전력, 가스공사, 도시가스 회사 등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3월 코로나19 대유행 발생 초기에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에 나서는 기업과 건물주들이 많았다. 건물 임대료를 깎아주는 ‘착한 임대료’ 운동이 활성화했고, 통신사들도 코로나19 재난지역 가입자들의 통신료 감면에 나섰다. 한전과 가스공사 등은 요금 유예 가능 조처를 내놨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느려지며 기업들의 지원도 멈췄다.
이에 8월 이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소비가 다시 위축되는 등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더 커진 만큼 지난 3월과 마찬가지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연대’ 활동이 다시 조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는 통신사들과 한전, 게임산업협회 등과 함께 자영업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동주 의원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영업제한 조처로 매출이 급감한 일부 업종 자영업자들도 전용회선 이용료와 전기요금 등 각종 요금은 꼬박꼬박 내야 할 처지”라며 “1차적으로 기업들이 돕고, 2차로 정부가 기업들의 자영업자 지원 내역을 살펴 세금공제나 일부 보전을 해주면, 정부는 행정비용 없이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지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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