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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10조 상속세 충당 3가지 시나리오…삼성 ‘의외의 수’ 던질까

등록 2020-10-26 17:58수정 2020-10-27 02:30

고 이건희 회장 상속세 납부 방안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둘째)이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빈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둘째)이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빈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0조원 상당의 상속세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까? 지난 25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 후 유가족이 받을 상속 재산과 상속에 따른 세금 문제가 재계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다. 상속세 처리 방식에 따라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력이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올 수 있어서다.

이건희 회장의 정확한 재산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삼성에스디에스(SDS) 등 계열사 4곳 지분 가치만 18조원 수준이다. 이 지분 상속에 들어가는 세금은 대략 10조~11조원으로 금융권은 추산한다. 역대 최대 규모다. 시장에선 3가지 시나리오가 나온다. 실현 가능성보다 경우의 수를 고려한 성격이 짙다. 예상외의 수를 삼성이 던질 수 있다는 얘기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이 부회장 등 지배주주가 지분을 쥔 계열사의 배당 정책이 강화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2018년 총수가 사망한 이후 ㈜엘지의 배당성향이 높아진 것과 비슷한 현상이 삼성에서도 나타나리란 예측이다. 이런 기대감이 맞물리며 26일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등의 주가는 급등했다. 다만 배당만으로 상속 비용을 온전히 치르기는 어렵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이 이날 낸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삼성 총수 일가의 배당 소득은 7246억원이다. 상속세를 5년에 걸쳐 나눠 내더라도 부족한 금액이다.

보유 지분 매각 시나리오는 이래서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 지분 매각 여부에 시장의 주목도는 크다. 삼성에스디에스는 지분 가치가 작아 매각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고, 삼성물산은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인 터라 매각 가능성이 낮아서다. 정대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날 낸 보고서에서 “전자 지분 매각만으로 상속세 재원 마련 부담이 크게 준다. 전자 지분 매각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4.2%) 가치는 15조원 남짓이다.

정 연구원이 삼성전자 지분 매각 가능성을 높게 보는 또다른 이유도 있다. 정 연구원은 “유가족들이 이 회장의 전자 지분 전량을 매각하더라도 전자에 대한 실질 지배력은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6월 말 현재 계열사 보유 지분을 포함한 삼성 지배주주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율은 20.9%인데 이 중 15%만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금융계열사를 포함한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총지분율이 15%가 넘을 땐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10% 보유 지분 중 4.1%만 의결권을 행사한다. 약 6%의 지분이 실질 지배력과 무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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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이 회장의 삼성생명 보유 지분(약 20%) 매각설도 증권가에선 나온다. 다만 이 경우엔 계열사 간 지분 거래를 동반하는 지배구조 개편과 금융지주회사법·공정거래법상 규제 회피와 같은 복잡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동양 엔에이치(NH)증권 애널리스트는 “물산·전자 지분을 뺀 지배주주의 그룹 지배력과 상관도가 낮은 생명·에스디에스 등의 지분 매각은 불가피하다. 물산도 지배주주의 지배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지분 일부가 매물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세번째 방안은 상속 재산의 공익법인 출연이다. 삼성뿐 아니라 국내 재벌 상당수는 공익법인을 그룹 지배력 유지의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세금 회피의 도구로 써왔다. 삼성은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복지재단, 삼성문화재단, 호암재단 등 모두 4개의 공익법인을 갖고 있다. 상속재산을 공익법인에 출연할 경우 이 재산은 상속세 과세 대상에서 빠지지만, 공익재단은 보유 지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엔 지배력 편법 유지나 세금 회피라는 비판 여론이 형성된다는 게 삼성으로선 부담이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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