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하다, 서울대학생겨레하나, 진보대학생넷 등 대학생들이 24일 오후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요구하며 택배 상자를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택배사 ㈜한진이 26일 업계에선 처음으로 심야 배송 중단을 뼈대로 한 택배기사 지원대책을 내놓았다. 택배기사의 분류업무 지원 인력도 1천명 투입하기로 했다. 이날 롯데글로벌로지스도 분류 인력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씨제이(CJ)대한통운을 포함해 택배업계 점유율 약 75%를 차지하는 ‘빅3’가 모두 분류업무를 회사 책임으로 인정하게 됐다.
한진은 이날 심야 배송 중단, 분류 지원 인력 투입 등을 담은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밤 10시 이후 이뤄지는 심야 배송은 다음달 1일부터 중단한다. 미배송 물량은 다음날 배송하고, 화~수요일에 몰리던 물량도 다른 날로 분산될 수 있게 고객사와 협의할 방침이다.
분류업무를 지원할 인력도 1천명 투입된다. 분류업무는 택배기사가 배송 전 서브터미널에서 자신의 구역 물량을 분류하는 일이다. 이 작업이 최장 5~6시간씩 걸리는 탓에, 분류업무는 택배기사의 장시간 노동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한진 쪽은 “비용은 회사가 부담하며 연 150억원 정도로 추정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한진은 △내년 상반기까지 택배기사 산재보험 100% 가입 권고 △매년 심혈관계 검사를 포함한 건강검진 실시 △터미널에 자동분류기 추가 도입 계획 등을 밝혔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이날 분류 지원 인력 1천명을 단계적으로 투입하고, 전문 컨설팅 기관과 함께 택배기사가 하루에 배송할 수 있는 적정량을 산출해 택배기사의 물량을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 처음으로 심야 배송 중단 방침이 나왔지만, 택배노동자 쪽에선 실제로 심야 배송을 중단하기엔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심야 배송이 이뤄지는 이유는 택배기사들이 오후까지 분류업무에 매달리기 때문인데, 한진의 분류 인력 지원이 택배기사의 분류 작업 부담을 덜어줄 만큼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진이 투입하는 1천명 인력은 700여개 대리점에 1~2명씩, 한진 택배기사 8명당 1명꼴이다. 앞서 지난 22일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을 발표한 씨제이대한통운은 지원 인력 총 4천명을 투입해 택배기사 5명당 1명꼴로 분류업무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진경호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당일 배송을 강제하지 않는 건 긍정적이지만, 기준점이 밤 10시인 것은 여전히 가혹하다”며 “분류작업 인력 지원을 약속했던 씨제이대한통운이 비용의 절반을 대리점·기사들에게 분담하자고 제안하는 등 시작부터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겉으로만 그럴듯해 보이는 약속에 그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세규 전국택배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도 “심야 배송을 하고 싶어서 하는 택배기사는 없다. 분류작업이 늦게 끝나 오후 2시, 4시에 배송을 시작하다 보니 심야 배송을 하는 것”이라며 “(심야 배송의) 근본적인 해법은 분류작업 개선”이라고 지적했다.
신민정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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