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지난 9월23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씨제이(CJ)대한통운 중구지사 종로SUB터미널에서 택배기사들이 상품인수작업을 하고 있다. 김포/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2일 정부가 발표한 ‘택배기사 과로 방지대책’을 두고 택배업계는 ‘심야배송 제한’ 등은 큰 문제가 없지만, ‘주 5일 근무제’나 ‘작업시간 제한’ 권고 등은 현장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택배비 인상을 염두에 둔 택배가격 구조 개선 추진은 앞서 국토교통부가 시도했다가 한차례 실패한 전력이 있어 향후 논의가 주목된다.
이날 택배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심야배송 제한은 비교적 이행이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 한진택배와 롯데로지스틱스는 앞서 개별 대책으로 심야배송 제한을 내건 바 있다. 업계 1위인 씨제이(CJ)대한통운도 공식적으로 심야배송 제한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택배회사들은 이날 발표된 대책 중 특히 토요일 휴무 등 주 5일 근무제 도입 권고는 실효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ㄱ택배사 관계자는 “물량이 그대로인 이상 주말 물량을 월~화요일에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택배기사들이 오히려 더 과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개별 업체의 판단에 맡기면 결국 주 5일 근무를 먼저 하기로 한 곳부터 고객이 끊어져나갈 수밖에 없다”며 “한다면 모두 다 같이 강제로 쉬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작업시간 제한 관리에 대해서는 “같은 물량을 빨리 배송하려다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ㄴ택배사)는 지적도 나왔다.
‘택배가격 구조 개선’도 녹록지 않은 과제다. 택배기사의 배송 수수료는 2002년엔 1건당 1200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800원으로 내려왔다. 같은 기간 평균 택배가격이 3265원에서 2269원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수입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린 것이다. 정부는 택배가격 구조와 관련해 사회적 논의를 한 뒤, 내년에 가격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ㄱ택배사 관계자는 “택배가격은 대형 화주들을 중심으로 입찰경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 같이 올린다면 담합이 되어버리는 구조라 어렵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2017년에도 ‘택배요금 신고제’를 추진했지만 입법예고 직전에 무산됐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담합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내면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택배기사의 배송 수수료 저하를 일으키는 화주의 ‘백마진’(리베이트) 관행도 조사해 개선을 추진한다. 정부는 소비자가 부담하는 택배비 2200원 가운데 약 500원을 많은 택배사가 온라인쇼핑몰이나 홈쇼핑 등 화주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불공정 관행으로 택배기사에게 돌아갈 배송 수수료도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정부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논란이 된 분류작업의 책임 주체를 명확화·세분화한다는 방침이다. 노사 의견수렴을 거쳐 이를 표준계약서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ㄷ택배사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분류작업에 대한 정의가 무엇인지부터 세분화해,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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