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참담하다.”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재판장 정준영)가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뒤 삼성전자 내부는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삼성전자 고위 임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참담한 심경을 전하며 “오너 경영인으로서의 역할이 제한받기 때문에 아무래도 신사업이나 글로벌 경쟁에서 기회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차분하게 뉴스를 지켜봤다.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오너 경영인의 부재 상황에 대한 경영 공백을 우려했다.
재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이날 논평을 내어 “구속 판결이 나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삼성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경영 활동 위축은 개별 기업을 넘어 한국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1심 때의 5년보다 감경된 2년6개월이라는 실형이 선고된 것을 두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내놨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어 “해당 범죄가 우리 경제 질서에 미친 영향과 기업을 동원한 범죄행위의 중대성과 반복성, 국정농단과 탄핵으로 야기되었던 사회적 혼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 등을 감안하면 2년6개월의 징역형은 매우 부당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효력이 미미하다면서도 이재용 부회장의 준법경영 의지를 높이 판단하는 등 모순된 논리로 1심의 5년형에도 못 미치는 형량을 적용했다”며 “현상 유지와 눈치 보기에 급급한 기회주의적 판결로, 사법정의를 사법부가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이 부회장의 법정구속 소식 직후 큰 폭으로 하락했다가 다시 회복하는 등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장보다 3.41%(3천원) 내린 8만5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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