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6일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주택 수요자의 차입 비용이 늘어나고 그만큼 투자 위험은 높아진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이 집값 상승을 둔화시키고 거래량은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무려 1년 3개월 동안 이어진 사상 최저 금리에서 벗어나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파급 효과가 작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최근 금융권의 대출 한도 축소 등 움직임에 금리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이자 부담으로 주택 거래가 줄고 집값 상승 폭이 둔화하는 등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 주택시장 과열은 저금리에 따른 과잉 유동성에 기인하는 만큼 금리 인상은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다만, 여전히 금리가 낮은 수준이라 당장 집값이 하락하기보다 거래량과 상승률이 둔화하는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5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로 내린 뒤 지난달까지 1년2개월간 전국 아파트 매맷값은 14.47%, 수도권 아파트 매맷값은 16.86% 급등했다. 특히 부동산원이 이날 공표한 8월 넷째 주(23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은 최근 6주 연속(0.32%→0.36%→0.36%→0.37%→0.39%→0.40%→0.40%) 지난 2012년 5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금리 인상을 계기로 최고조로 과열돼 있는 수도권 아파트시장이 진정 기미를 보이고 집값 상승세도 꺾일 것인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다만, 금리 인상 폭이 크지 않고 ‘2030세대’의 영끌 구매, 전세시장 불안 등 다른 요인도 많아 집값이 안정되고 하락으로 돌아설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서울과 수도권 등 규제지역에선 이미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한 고가주택 구매가 어렵지만 ‘2030세대’ 등 젊은층을 중심으로는 중저가 주택에 대한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구매)가 유행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금리 인상만으로는 집값 상승 기대심리를 누그러뜨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박 위원도 “집값 하락은 대출자의 금리부담이 임계점을 넘어서야 가능하다. 앞으로 금리 인상 속도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가 금리 인상의 속도와 폭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향방이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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