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 본 주택들. 연합뉴스
내년 1월1일 기준 전국 표준 단독주택(표준주택) 공시가격이 올해에 견줘 평균 5.95% 낮아지고, 표준지 공시지가는 5.92% 내려간다. 정부가 보유세 부담 완화를 목표로 내년 공시가격 산출 때 적용하는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낮춘 영향이 크다. 현실화율 조정을 통한 공시가격 하락만으로도, 일부 주택은 내년 보유세 부담이 2020년 이전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14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표준주택·표준지 공시가격안’을 보면, 내년도 전국 표준주택 공시가격과 표준지 공시지가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한다. 표준주택의 경우 지난 2020년에는 4.47%, 2021년에는 6.80%, 올해는 7.34% 올랐었다. 지역별로는, 서울 표준주택 공시가격 하락율(-8.55%)이 가장 크고, 경기(-5.41%), 제주(-5.13%), 울산(-4.98%), 대전(-4.84%) 순이다. 서울 안에서는 고가 주택이 많은 강남구(-10.68%), 서초(-10.58%), 용산구(-9.85%)의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많이 낮아진다.
표준주택·표준지 공시가격 하락은 지난달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하향 조정 영향이 크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과거 문재인 정부 때 수립한 현실화율 단계적 상향 계획 추진을 중단하고,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3년 전인 2020년 수준으로 낮춰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내년 표준주택 공시가격안의 현실화율은 평균 53.5%다. 올해 평균 60.4%에서 6.9%포인트가 낮아져, 공시가격과 시세의 격차가 그만큼 벌어진 셈이다.
지난달 정부는 현실화율 ‘3년 역주행’을 결정하며 이에 따른 내년 표준주택 공시가격 하락률은 7.5%, 표준지 하락률은 8.5%일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하락률은 각각 5.95%와 5.92%로, 전망치보다 낮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표준주택 시세가 1년 전보다 소폭 상승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 하반기 들어 표준주택도 집값이 하락하고 있지만, 아파트 등 공동주택처럼 급격하지는 않다”며 “지금까지 시세 하락폭이 올 상반기 상승폭을 상쇄할 정도는 아니라 연간 기준으로는 시세가 오른 상태”라고 설명했다.
시세는 1년 전보다 올랐지만 공시가격은 내리면서 표준주택 소유자의 보유세 부담은 2020년 이전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게 됐다. 공시가격 하락폭과 보유세 부담 완화폭은 모두 고가주택일수록 크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내년 공시가격이 20억500만원인 서울 양천구 목동 단독주택 보유자(1주택자이고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율 최대 80% 적용)의 내년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부담액은 576만4152원이 될 전망이다. 올해보다 113만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2020년 부담액(684만6802원)보다 더 작다. 국토부 관계자는 “워낙 사례가 다양해, 현실화율 조정에 따른 공시가격 하락만으로 모든 표준주택의 보유세 부담액이 2020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국민에게 약속(1주택자 보유세 2020년 이전 수준으로 완화)한 것에 많이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내년 보유세 부담액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세법 개정안을 논의 중인 여야는 최근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종부세 중과세율(1.2∼6.0%)이 아닌 일반세율(0.5∼2.7%)을 적용하고, 3주택자 이상에 대한 종부세 최고세율을 6%에서 5%로 낮추는 데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행전안전부는 내년 1주택자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재 45%보다 더 낮출 수 있다고 이미 예고했다. 내년 3월 발표될 공동주택 공시가격 하락률은 이날 나온 표준주택보다 더 클 것으로도 전망된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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