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주택을 사고팔고, 보유할 때 적용되는 여러 제도가 달라진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방지하기 위해 규제 완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어서다. 올해 안에 제도가 추가로 달라질 가능성도 크다. 올해 주택 거래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달라지는 제도를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①청약: 미혼청년 특공 신설, 무순위청약 규제 완화
올해 미혼인 청년을 대상으로 한 공공주택 특별공급이 새롭게 생긴다. 그동안 공공분양 청약은 신혼부부나 결혼을 한 생애최초 주택구매자 등이 주로 대상이었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50만호 공급을 목표로 하는 공공분양 주택 가운데 일부를 결혼하지 않은 19∼39살에게 특별공급하기로 했다. 전년도 도시근로자(1인 가구) 월평균 소득의 140% 이하이면서 순자산은 2억6천만원 이하여야 한다. 다만 부모 순자산이 상위 10%(약 9억7천만원)에 해당되면 청약 자격이 제한된다.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 요건도 완화된다. 무순위 청약은 본청약(1·2순위) 이후 당첨 포기나 계약 취소 등으로 발생하는 미계약 물량에 대한 청약을 뜻한다. 이전까지는 무순위 청약을 하려면 무주택자여야 했고, 분양 주택이 있는 지역의 거주자여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12월 무순위 청약의 거주지역 요건을 폐지하는 주택공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이어, 최근에는 유주택자도 무순위 청약 신청이 가능하도록 오는 2월 주택공급규칙을 추가 개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아울러 청약에 당첨된 사람에 대한 기존주택 처분 의무는 아예 사라지며,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지역에 따라 최대 10년에서 3년으로 대폭 줄어든다. 중도금 대출 보증도 기존엔 ‘분양가 12억원 이하, 한 사람당 한도 5억원 이하’ 요건이 있었지만, 이런 제한도 전부 폐지된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주택에 대한 청약 때 추첨제가 신설된다. 이전까지는 투기과열지구 중소형은 전부 가점제로만 분양했다. 이 때문에 부양가족이 적거나 1인 가구가 많은 젊은층이 외려 중소형 청약에서 불리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투기과열지구에서 전용면적 60㎡ 이하 민간 아파트는 가점 40%, 추첨 60%로 운영하고, 60∼85㎡는 가점 70%, 추첨 30%로 바꾸기로 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기존에는 추첨제 물량이 25%밖에 안 됐는데, 앞으로는 60∼70%로 늘어난다.
다만 비규제지역 가점제·추첨제 비율은 바뀌지 않는다. 현재도 비규제지역에 85㎡ 이하는 추첨제가 60% 이상이고, 85㎡를 초과하면 100% 추첨제다. 규제지역은 현재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만 남아 있다.
주택을 사거나 임차할 때 대출 규제도 여러모로 완화된다. 실수요자뿐 아니라 다주택자를 상대로도 대출 제한이 많이 풀릴 전망이다.
우선 정책 모기지 상품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돼 올해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하면 9억원 이하 주택을 살때 소득에 관계 없이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금리는 연 4%대가 거론되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의 안심전환대출과 적격대출을 통합한 상품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받지 않는다.
청년들에게 저금리로 전세 대출을 지원하는 청년 맞춤형 전세특례보증의 한도도 확대된다. 현재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만 34살·연소득 7천만원 이하 무주택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 맞춤형 전세자금보증을 1억원 한도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특례보증 한도액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어난다.
1분기 중 규제지역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금지가 해제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30%로 적용될 예정이다. 집값의 30%까지는 대출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지난 2018년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한 이후 5년 만에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또 생활안정과 임차보증금 반환을 이유로 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완화돼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때와 같은 엘티브이 규제를 받는다. 이전에는 생활안정자금이 목적일 때, 또는 15억원을 넘는 고가아파트 보유자가 임차보증금 반환이 목적일 때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2억원이었다.
③세금: 월세 세액공제 늘고, 다주택 세금 부담 낮아져
연말정산 시기가 돌아온 만큼, 달라진 월세 세액공제 제도도 살펴보는 것이 좋다. 이번 연말정산부터 총급여가 5500만원 이하이면 월세 세액공제율이 최대 12%에서 17%로 오른다. 또 총급여가 5500만원이 넘어도 7000만원 이하이면 세액공제율이 10%에서 15%로 높아진다. 가령 총급여가 5천만원인 사람이 매달 50만원의 월세를 낸 경우, 17%의 공제율이 적용되면서 공제액이 102만원이 된다. 다만 월세 공제는 신청한 근로자와 임대차 계약서상 계약자가 같아야 하고, 본인과 세대원이 지난해 말 기준 무주택자여야 한다.
전세 원리금 상환액 소득공제 한도도 늘어났다. 무주택 근로자가 전용 85㎡ 이하의 주택에 대해 전세대출 원리금을 상환 중일 경우, 4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보다 공제액 한도가 100만원 올랐다.
이달부터 부동산 취득 때 과세표준이 실거래가로 바뀌는 변화도 있다. 기존에는 개인이 유상으로 부동산을 취득했을 때 신고가액이나 시가표준액 가운데 더 높은 금액을 과세표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실제 취득한 가액에 따라 취득세를 내야 한다. 주택을 증여할 때 내는 취득세 과세표준 산출방식도 바뀌어, 올해는 과세표준이 시가표준액(개별공시가격 등)에서 시가인정액으로 바뀐다.
주택 보유자의 세금은 다각도로 줄어든다. 올해 6월부터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 금액이 6억원서 9억원으로 늘어나고, 특히 1주택자는 기본 공제금액이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조정된다. 2주택자에 대한 다주택 중과세율(1.2∼6.0%)이 폐지돼 일반세율(0.5∼2.7%)이 적용되는 점도 큰 변화다. 또 규제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도 내년 5월까지 연장됐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취득세 중과세율도 낮출 방침이지만, 이 부분은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면 2주택자는 중과세율이 아닌 기본세율을 적용받게 되고, 규제지역 3주택자인 경우 취득세율이 12%에서 6%로 대폭 줄어든다.
이밖에도 오는 6월에는 주택임대차 신고제도 계도기간이 종료된다. 앞서 지난 2021년 6월1일 주택임대차 신고제가 시행되던 당시, 1년간 계도 기간을 두기로 했었다. 그런 뒤 시장 적응기간을 고려해 계도기간을 2023년 5월31일까지 한차례 더 연장했다. 계도기간이 종료되는 2023년 6월1일부터는 전월세 계약을 한 뒤 기한 내 신고하지 않거나, 거짓 신고를 한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주택시장의 최대 변수인 금리 향방도 살펴봐야 한다. 당장 이달 13일 한국은행이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추가로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기준금리는 3.25%로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0.25%포인트 추가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해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1월13일 이후에는 2월23일, 4월13일, 5월25일, 7월13일, 8월24일, 10월19일, 11월30일 각각 열린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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