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일대 아파트단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일시적 2주택자’를 1주택자로 취급해 각종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요건인 ‘종전 주택 처분 기한’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거래 절벽에서 실수요자의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부가 부동산 경기 하강 속도 조정 등의 목적으로 ‘똘똘한 2채 보유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는 12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조세 특례제도를 개편한다고 밝혔다. 일시적 2주택자는 이사 등을 위해 신규주택을 취득하면서 불가피하게 2주택자가 되었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택(종전 주택)을 처분할 의지가 있는 자를 뜻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이런 2주택자를 ‘실수요자’로 보고, 신규 주택 취득일로부터 2년 안에 종전 주택을 처분한다는 의사를 밝히면 세금 감면을 해줬다. 과거에는 처분 기한이 1년이었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에 처분 기한을 2년으로 늘렸다.
그러나 이날부터는 처분 기한에 1년을 더 추가해, 3년 안에 처분한다는 의사를 밝히면 1주택자로 취급된다. 가령 이전까지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인 경우 신규주택에 대한 취득세 산출 때 중과세율 8%가 적용됐다. 하지만 이제는 취득 시점에 ‘3년 내 종전 주택 매도’ 의지를 밝히면 지역에 상관없이 신규 주택 취득세율이 1∼3% 기본세율로 낮아진다. 종합부동산세 또한 기본공제 12억원과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최대 80%)라는 1주택자 혜택이 적용되고, 3년 안에 양도하는 종전 주택에 대한 양도세도 ‘시가 12억원 이하는 비과세’라는 1주택자 혜택이 생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장관회의에서 부동산 세제 보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획재정부는 “이번 처분기한 연장은 금리 인상, 주택시장 전반의 거래량 감소 등 불가피한 요인 때문에 종전 주택 처분이 곤란한 일시적 2주택자의 불편을 해소하고, 급매 등으로 인한 시장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처”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난 3일 국토교통부가 청약 당첨자에 대한 실거주 의무 등을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힌 뒤 “일시적 2주택 처분 의무 규제도 풀라”는 요구가 빗발친 점도 이날 정부 결정에 영향을 끼친 분위기다.
정부가 실수요자 부담 완화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현재 1주택자가 주택을 1채 추가로 보유할 길을 터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처분기한을 2년으로 늘린 조처는 통상 임대차 계약기간이 2년인 점을 고려한 측면이 있었지만, 3년으로 연장한 것은 근거가 부족하고 ‘일시적 보유’ 기간이라기엔 긴 시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는 이번 일시적 2주택 특례 제도 개편 말고도, 2주택 이상 보유자에 각종 대출·세금 규제가 더해졌던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을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만 제외하고 전부 해제한 상황이다. 종합부동산세 산출 때 중과세율은 2주택 이상이 아닌 3주택 이상에 적용되도록 하는 법 개정도 이뤄졌고, 취득세에 대해서도 정부가 같은 방향으로 법 개정에 나설 예정이다.
채상욱 부동산 분석가(포컴마스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2주택자 이상에 대한 규제 강화로 똘똘한 1채 현상이 나타났다면, 윤석열 정부는 똘똘한 2채 보유 전략을 가능하게 하고, 3주택 이상은 등록임대사업자 제도(10년 또는 15년 장기보유하며 임대료 증액을 5% 이하로 할 경우 각종 종부세 합산 배제 등 세 감면)로 유도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기재부는 새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2020년 없앤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에 대한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부활을 위해 법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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