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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부동산 거품 붕괴론’ 예측이냐 바람몰이냐

등록 2006-05-17 17:17수정 2006-05-18 08:34

당국자-전문가 논란 가열 속 붕괴 우려 확산
‘정확한 미래 예측인가, 집값을 잡으려는 정부의 바람몰이인가?’

‘부동산 거품(버블) 붕괴론’을 둘러싼 정부와 시장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과 민간연구소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국내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를 우려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틀이 멀다하고 ‘싸늘한’ 경고를 쏟아낸다. 집값 불안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 주민들조차 “너무 올랐다”며 걱정한다. 치솟던 부동산 시장도 분위기가 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

확산되는 거품 붕괴론= 부동산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는 나라 안팎에서 속속 날아들고 있다. 4월 초에 나온 유엔 아·태경제사회이사회(ESCAP)의 ‘2006년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사회 보고서’는 “한국과 홍콩, 중국 등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거품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거품이란 조만간 터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도 “한국은 미국발 부동산거품 파열 공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이달 초에 낸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특정 지역 집값이 1990년대 초의 주택가격 급락 직전 수준에 근접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91년에서 98년 사이에 강남 집값은 평균 25.5% 내렸다.

정부의 대응도 적극적이다.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 김용민 재정경제부 세제실장·김석동 차관보,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등이 버블 붕괴를 경고하고 나섰다.

거품론 근거는 뭔가?= 전문가들은 “비정상적인 집값 상승은 반드시 폭락을 동반한다는 게 이웃 일본에서 얻은 교훈”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민은행 집계를 보면, 2003∼2005년의 국내 아파트값 상승률은 15.3%로, 같은 기간 임금상승률 7.4%의 두 배가 넘었다. 같은 기간 강남지역 아파트값은 28% 올랐다.

한국은행이 분석한 ‘소득 대비 아파트 매매가격 추이’를 보면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하다. 89년∼2005년 서울지역의 33평형 아파트 평균가격은 도시근로자가구 소득의 9.9배였고, 지난해에는 10.3배로 높아졌다. 강남 지역은 이 기간의 평균치가 13.6배였는데, 지난해 말 18.9배로 크게 뛰었다. 평균적인 근로자가 강남에 33평형 아파트를 사려면 한 푼도 안쓰고 꼬박 19년을 모아야 한다. 국토연구원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조사에서도 서울은 7.7배로 뉴욕(2.8배)이나 도쿄(5.6배)보다 월등히 높았다.


지난해 주택구입대출 급증…급락땐 무더기 매물 가능성

거품 꺼지면 경제에 어떤 영향?=국민은행 관계자는 “90년대 초반 일본 은행들의 담보인정비율은 120% 수준이었지만, 우리는 이 비율이 50% 안팎이라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집값이 갑자기 떨어지면 단기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이 무더기로 매물을 내놓게 되고, 이는 다시 2차 폭락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집값 폭락과 함께 금리가 오르게 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조아무개(45)씨는 두 달 전 서울 강남 개포동 ㄱ아파트(32평)를 대출 4억원을 끼고 11억원에 샀다. 조씨는 현재 대출 받을 당시 5.7% 금리로 월 190만원씩 이자를 내고 있는데, 올해 내야 하는 보유세 650만원 정도를 합치면 매달 244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만일 금리가 인상돼, 2004년 수준인 6.5% 정도가 된다고 치면 조씨가 부담해야 할 아파트 유지비는 세금까지 포함해 월 260만원까지 치솟는다. 이 아파트 가격이 2003년 10·29 수준 이전(6억5천만원)으로 되돌아 간다면 집값에서 빚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는다.

한국은행도 가계의 이자 부담 증가를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다. 지난해 주택구입 대출이 크게 늘어 가계의 이자 부담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해 가계의 금융 자산이 8% 증가한 반면, 금융 부채는 11.2% 증가해 금융자산 대비 부채비율(50.4%)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미국, 영국, 일본의 금융 부채비율은 20~30% 수준이다. 가계 부채의 86.7%가 시중금리에 따라 오르내리는 변동금리라는 점도, 언제든 한국경제에 ‘화약고’가 될 수 있다.

“꼭지점은 인정…부동자금 많아 붕괴보다는 조정”

“급격한 하락은 없다” 반론도= 부동산 시장에서는 가격이 꼭지점에 근접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버블 붕괴’ 수준은 아니라는 반론도 많다. 박합수 국민은행 피비(PB)사업본부 부동산 팀장은 “집값이 단기간에 꺼질 만한 수준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송파새도시가 분양되는 5년 뒤 정도가 강남 거품이 걷히는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피비사업단 부동산파트 팀장도 “시중의 부동 자금이 많아 급격한 하락보다는 완만한 조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집값 상승 수요가 더 있으며, 세금 부담이 오름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고,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거품 붕괴론은 시장을 하향 안정세로 끌고 가려는 정부의 의지 때문으로 보인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반면,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현 상황이 버불 붕괴 직전의 일본과 비슷하다”며 “우리도 거품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진환 허종식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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