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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수도권 아파트값 짬짜미 단속현장 가봤더니

등록 2006-07-20 18:53수정 2006-07-21 11:56

아파트값 짬짜미 사례
아파트값 짬짜미 사례
“전단지 붙이셨죠? 실거래가 공개됩니다”
“강남·목동 놔두고 왜 우리만…”

20일 오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ㄱ아파트 관리사무소. 이 아파트 부녀회장 김아무개씨와 건설교통부 아파트값 짬짜미(담합) 단속반 김홍기 사무관 사이에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평당 1300만원 이하로는 절대 팔지말자고 전단지 붙이셨죠?”(김 사무관) “무슨 말씀이신지 …?”(부녀회장)

김 사무관은 신고받은 전단지와, 주민들에게 받은 서명 사본을 부녀회장에게 내놨다. ‘하한선 밑으로는 팔지 말고, 이를 인정하는 중개업소하고만 거래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아파트의 현 시세는 평당 900만~1000만원선.

부녀회장의 언성이 갑자기 높아졌다. “그래, 붙였다. 강남은 42평형에 16억원씩 하는데, 뭐가 잘못이냐. 주민들도 ‘부녀회가 잠자고 있냐’고 하는데 어떻게 가만 있냐!”고 반말로 쏘아붙였다. 김 사무관이 “짬짜미가 확인됐으니, 내일부터 실거래가를 공개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부녀회장은 “1300만원으로 거래된 뒤에 공개해라. 그 전에 공개하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건설교통부가 20일 아파트값 짬짜미(담합) 단지 일제단속을 벌였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아파트를 찾은 단속반원이 조사를 마친 뒤 가격 짬짜미를 알리는 전단이 붙은 현관문을 나서고 있다. 이정용 기자 <A href="mailto:lee312@hani.co.kr">lee312@hani.co.kr</A>
건설교통부가 20일 아파트값 짬짜미(담합) 단지 일제단속을 벌였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아파트를 찾은 단속반원이 조사를 마친 뒤 가격 짬짜미를 알리는 전단이 붙은 현관문을 나서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교묘해진 담합 저항 거세…곳곳서 부녀회와 ‘실랑이’
심한곳 시세 2배 요구 압력…중개업소 “거부땐 문닫을 판”

단속반은 이어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다. 강아무개 사장이 한숨부터 내쉰다. “부녀회에서 3억원짜리 집을 갑자기 4억원으로 올려 내걸라고 압력을 넣기에 거부했더니, 반상회에서 우리랑 거래를 하지 말라고 했다”며 “요즘 거의 문닫기 일보 직전”이라고 하소연했다.


건설교통부는 이날 짬짜미 신고가 들어온 수도권 아파트 96곳에 조사단(18개팀 36명)을 보내 일제히 현장조사를 벌였다. 96곳을 지역별로 보면, 경기 중동새도시가 35곳으로 가장 많고, 서울 28곳, 일산 새도시가 있는 고양이 21곳이다.

중개업소에서는 “짬짜미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는 게 아니냐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방식이 더 노골적이고 더 교묘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예를 들어 전단지를 붙이면서 짬짜미를 주도한 주체를 밝히지 않거나, 외부와 차단된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외부감시를 피하는 식이다. 아파트 단지에 전체 방송을 하면서도 방송일지에는 기록도 남기지 않는다.

실태 파악에 대한 저항도 거셌다. 건교부 단속반은 서울 사당동의 ㄷ아파트에서 “사법권도 없는 공무원들이 이렇게 돌아다니는 게 볼썽사납다”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강남, 목동도 못 잡으면서 왜 우리를 괴롭히냐”는 호통은 단골 매뉴였다. 이 아파트 주변 중개업소 10여곳은 업소 유리창에 매맷값 표를 붙여놓지 못하고 있다. 평당 1천만원 정도의 시세를 부녀회에서 2천만원으로 요구했기 때문이다. 일부 중개업소는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한다”며 입을 다물었다.

단속에 동행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김형선 박사는 “짬짜미는 외부의 가격상승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며 “강남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의 집값안정이 왜 시급한지를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강남벨트를 제대로 안정시키지 않는 한 ‘꼬리’격인 주변지역의 불안심리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박상우 건교부 토지기획관은 “실거래가격이 공개되면 집값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도 “두세 달 뒤 큰 효과가 없으면 더 강력한 대응책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석진환 허종식 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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