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마포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세종청사에서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 9억원 이상 주택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올려 현실화율을 목표치까지 끌어올리는 ‘2020년 부동산 가격공시 및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대출 금지 등으로 당분간 거래절벽이 있지 않을까요? 양도세 한시 완화에 따른 다주택자 매물은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ㄱ공인중개사사무소 이아무개 대표는 정부의 ‘12·16 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 이후 아파트 매매 거래 시장이 ‘올스톱’ 상황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부 발표 다음날인 17일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서울시내 고가 아파트 밀집지역 부동산중개사무소들은 일부 다주택 집주인들의 문의 전화만 걸려올 뿐 매도·매수자들의 움직임은 완전히 실종된 채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고강도 정부 대책이 기습적으로 발표되면서 당장은 주택시장이 관망을 위한 거래절벽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보유세 단계적 강화 로드맵을 제시하는 등 주택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이끈다는 정책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내년 6월까지 다주택자 양도세에 대한 한시적 혜택을 제시함에 따라, 향후 6개월이 주택시장 향배의 관건이다. 이 기간 정부의 정책 의지가 다주택자와의 힘겨루기를 통해 집값 하향 안정화를 안착시킬지 주목해야 하는 셈이다.
실제 다주택자들은 보유세 강화 등 예상을 뛰어넘는 고강도 조처에 당혹스러워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반대로 주택 실수요자들은 이번 대책에 대해 시장에서 ‘초고강도’라는 평가가 나오자 집값 하향 안정화에 대한 기대감도 조심스레 내비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전세 거주자 김아무개씨는 “대출 규제가 더 까다로워져 9억원 초과 아파트를 사기는 힘들어졌지만 집값이 내리는 게 우선”이라며 대책을 반겼다.
은행 창구에서는 대출규제 문의가 잇따르며 이번 대책에 혼란스러워하는 시장의 모습을 드러냈다. 한 시중은행 반포지역 지점 직원은 “이 지역 20~30평대 아파트는 이미 20억~30억원을 훌쩍 넘어선 상태로, 재건축·재개발 분양권 관련 고객들의 대출 규제 문의가 잇따랐다”며 “특히 현금 동원력이 있어도 자금출처 조사 등을 고려해 은행 대출을 끼려고 했던 고객들이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당분간 주택시장이 냉각되고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도 주춤해질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주택 거래가 끊어지는 등의 ‘반짝 효과’가 아니라 상당 기간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있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팀장은 “초고강도 대출 규제로 9억원 초과 아파트 매매시장이 경색되는 국면이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최근 집값 불안의 배경인 공급 부족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안정세가 지속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급 부족론은 일부 언론과 시장 전문가의 ‘공포 마케팅’이 부추긴 측면이 크다고 반박하면서 우려를 일축한 바 있다. 이밖에 부동산 시장에 몰려드는 돈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정부 정책이 보완돼야 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내년 6월 말까지 팔 경우에는 양도세 중과세(최고 50~60%)를 하지 않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적용해주기로 한 ‘다주택자 출구전략’ 조처가 이른바 ‘매물 잠김’ 현상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지도 관심사다. 내년 초 9억원 이상 주택의 공시가를 집중적으로 현실화하는 등 정부의 보유세 강화 신호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최종훈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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