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고가 아파트 대출 규제, 종합부동산세 인상, 청약제도 개편 등 고강도 대책들을 망라한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시행된 지 한달 가까이 됐다. 그동안 집값 불안의 진원지였던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등세가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정부가 이번엔 집값 급등을 잡을 자신이 있는지, 만약 이번에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으면 다음엔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인지 등을 물었다. 김 장관은 집값 안정을 넘어 “실수요자들이 내 집을 마련하는 데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으로 조정되는 게 바람직하다”며 특히 “최근 짧은 기간에 과도하게 상승한 지역의 경우 상당 수준 하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대책으로도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세제, 대출 규제, 주택 거래와 공급 전반에 걸친 강력한 대책을 주저 없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추가 대책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선 ‘보안’을 이유로 말을 아꼈다.
인터뷰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했다. 오전부터 상임위원회가 열리고 오후엔 본회의가 열려 김 장관은 이날 하루 종일 국회에 있었다.
― ‘12·16 대책’ 이후 정부가 파악한 주택 시장 동향은?
“대책 전의 급격한 상승세가 상당 부분 꺾였는데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계속 주시해봐야 한다.”
―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집값 상승을 끌어간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들에 대출 규제를 했는데, 현재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많이 꺾여 안정을 찾아가는 상황으로 보이나 아직 하락으로까지 갔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에 매물이 얼마나 나오는지, 전세 시장은 어떤지 두루두루 보고 있다. 2017년 ‘8·2 대책’, 2018년 ‘9·13 대책’ 때도 6주쯤 지나서 시장에 안정적 지표가 나왔다.”
―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정부의 ‘반시장적 규제’로 집값이 급등했는데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실수요자들을 투기꾼으로 몰아간다”고 비판한다.
“대통령이 우리 정부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이 모든 경제정책의 최우선이라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정부가 좋은 경제정책을 통해 서민들의 삶이 나아지고 있다 하더라도 부동산 시장 가격이 폭등하면 내 집 마련을 못하고 거기에서 오는 좌절감 때문에 국민 분열 같은 갈등이 커진다. 사회 통합을 위해서도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굉장히 중요하다. 대통령 말씀의 취지는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흔들림 없이 가겠다는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 정부는 집값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을 투기라고 보는가?
“부동산 시장을 일종의 ‘머니 게임’으로 보고 시세차익을 노리고 들어가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정부가 잡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1500조원이 넘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80%가 넘어 전세계적으로 세번째로 높다. 이미 위험수위를 넘은 상태다. 지금처럼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사고 그것이 다시 가격을 올리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버블이 조금이라도 꺼질 때 국가경제 전체가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될 것이다. 또 가계부채가 많으면 소비를 제약해 내수 활성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부동산 문제에서 정부가 물러서지 않고 가는 게 전체 국가경제를 위해 맞다.”
― 12·16 대책에 대해서도 “초법적 조치다” “반시장적 조치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금지’는 헌법소원까지 제기됐다.
“우리 헌법은 ‘주택 정책을 통해 모든 국민의 안정적 주거를 보장하는 게 국가의 책무’라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에 “초법적 조치”라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 금지는 ‘국민 주거 안정’이라는 공익이 고가 주택 구매를 위한 개인의 대출 필요성보다 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헌법적 가치라는 점에서 위헌이 아니라고 본다.”
― 12·16 대책에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으면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을 것인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8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필요하면 메뉴판 위에 올라와 있는 모든 정책 수단들을 풀 가동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메뉴판에 올라와 있는 대책들이 어떤 건가?
“그건 말해줄 수 없다. 다만 12·16 대책을 발표할 때 마지막에 이번 대책으로도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세제, 대출 규제, 주택 거래와 공급 전반에 걸친 강력한 대책을 주저 없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수요와 공급, 청약 등 모든 제도 개선을 놓고 보고 있다.”
― 일각에서 얘기되는 ‘주택거래 허가제’도 검토하고 있나?
“주택거래 허가제를 하겠다고 하면 난리가 날 거다. 주택거래 허가제를 하지는 않지만 지금 고가 주택을 구입할 때 자금 출처 등을 꼼꼼하게 보고 있다. 부정한 방법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가 꼼꼼하게 보겠다. 주택거래 허가제라고 말할 수 없지만 그런 거다.”
― 12·16 대책에서 다주택자들이 올해 6월 말까지 조정대상지역 ‘10년 이상 보유 주택’을 팔면 양도소득세 중과를 배제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10년 이상 보유 주택 수가 얼마 되지 않고 6개월이란 기간도 좀 촉박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완화해줄 계획은 없는가?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현재 서울 안에 다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아파트가 12만8천호 정도 된다. 이 숫자는 처음 공개하는 거다. 상당한 물량이다. 매년 서울 입주 물량의 3배 정도에 이른다. 2013~2017년 5년 평균 3만2천호인데 최근 들어서 계속 4만호 이상씩 공급되고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양도세는 거래세가 아니라 소득세다. 소득이 있는 곳에 반드시 세금이 있어야 한다는 과세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12·16 대책으로 보유세 부담이 상당히 늘어나게 되니까 다주택자들에게 다주택을 처분할 있는 기회를 드린 거다. 양도세 중과 배제 기간을 늘리거나 대상을 확대하는 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12·16 대책에 대해 많이들 걱정하는 게 공급이 줄어 결국에는 집값 급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급을 입주 물량과 분양 물량으로 나눠서 보면, 입주 물량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부족하지 않다. 분양 물량도,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한 이유가 고분양가를 제어하는 것도 있지만 일부 재개발·개건축 단지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관리를 피하려고 후분양을 한다든가 통매각을 해서 임대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려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에 본격적인 움직임이 많았다. 이걸 방치하면 자금력이 있는 단지들의 경우 분양가 관리를 안 받고 후분양을 하면 진짜 ‘억대 분양가’가 나올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했고 후분양을 하려던 단지들이 다 선분양으로 돌아섰다. 그래서 예년에는 보통 한달에 2천호 정도 분양이 이뤄졌는데 지난해 12월엔 6천호가 분양됐다. 분양가 상한제가 공급 촉진 역할을 했다. 올해 서울 지역의 분양 예정 물량이 5만2천호다. 2014~2018년 대비 40% 많은 물량이다. 또 착공을 했거나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사업이 본격화된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모두 13만1천호다. 분양을 안 할 수 없는 단지들이다.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분양을 안 할 것이라는 얘기는 현실과 다르다. 공급 물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언론이 ‘공포 마케팅’을 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서울시가 도심에 4만호를 공급하기로 한 것도 우리가 서울시와 계속 협의를 운영하면서 체크를 하고 있는데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가 규제 완화를 해서 용적율 상향 등을 통해 추가 공급하겠다는 게 5만5천호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준공업지역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공급할 수 있는 길도 열었기 때문에 공급이 줄 것이라는 주장엔 동의하기 어렵다. 실제로 2007년 분양가 상한제를 하고 난 이후에도 공급이 줄지 않았다. 2008년과 2009년에만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줄었는데 2010년부터는 그 전보다 많은 물량이 공급됐다.”
― 자유한국당은 종합부동산세 인상을 전면 저지하겠다고 한다. 종부세 강화 입법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닌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잘 될 거라고 본다. 노무현 정부가 2005년 종부세를 도입하고 나서 당시 한나라당이 ‘세금 폭탄’이라고 엄청 공세를 했고 MB 정부는 종부세를 사실상 형해화시켰다. 이런 과정에서 국민들 사이에서 집단적인 공감을 이룬 게 이건 ‘부자 감세’라는 것이다. 소유한 것만큼 정당한 부담을 하는 게 조세 정의에 맞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생겼다. 일부에서 부정적인 여론을 확산시키려고 고가 아파트에 사는 은퇴한 부부의 세금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단골 메뉴’로 동원한다. 하지만 정부가 그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주택을 가지고 10년 이상 사신 70살 이상 어르신에게는 80%까지 세금 부담을 경감해줬다. 1주택을 가지고 오래 사신 분들의 부담은 거의 없다.”
― 우리나라 보유세 실효세율이 2015년 기준 0.16%로 경제협력기구(OECD) 주요 회원국 평균 0.45%의 3분의 1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9·13 대책에 이어 이번 종부세율 인상이 두번째다. 이렇게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올리지 말고 보유세 수준을 언제까지, 어느 정도까지 올리겠다는 로드맵을 만들어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세제는 국토부 업무가 아니어서 말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 다만 12·16 대책 이후 시장 상황을 보면서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고민을 하겠다.”
― 보유세 인상은 국토부 업무가 아니지만 공시가격 현실화는 국토부 업무다.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마련 중에 있는 걸로 아는데, 언제까지 어느 정도까지 현실화할 계획인가?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분들 말고 미지근하다고 생각하는 분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게 정부가 이런 일을 게을리한다는 것이다. 제가 섭섭한 것 중 하나다. 역대 정부 가운데 공시가격 현실화 작업을 하고 현실화율을 발표한 건 문재인 정부가 처음이다. 12·16 대책 다음날인 17일 ‘2020년 공시가격 방안’을 발표했다. 9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해 현실화율을 70~80%까지 높이겠다. 올해 공시가격은 예정대로 발표하고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연구용역을 거쳐 연말쯤 발표를 할 예정이다.”
― 지금 1월인데 연말이면 너무 오래 걸리는 거 아닌가?
“지난해와 올해 공시가격을 분석하고 수용 가능성도 봐야 한다. 최종적으로 몇%까지 갈 건지, 어떤 방식으로 갈 건지를 올해 말에 발표할 것이다.”
― 공시가격이 시가의 100%가 되는 게 맞지 않나?
“그렇게 하는 나라도 있지만, 국민들의 수용성이라는 측면도 같이 봐야 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강요할 순 없지만 다주택 보유 공직자는 불가피한 사유가 없으면 1채만 남기고 처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고위 공직자들이 다주택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있는가?
“다들 노력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 부에는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국토부는 부담이 더 크다.”
― 일부 언론은 “총선용 보여주기 쇼”니 “사유재산권 침해”니 하며 비난하는데 공직 사회 분위기는 어떤가?
“공직자들이 국민들 앞에서 모범을 보이는 게 좋으니까 다들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할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세종시로 내려갈 때 ‘특별 공급’을 받아서 본의 아니게 2채가 된 분들이 있는데, 특별 공급으로 받은 주택들이 이제 완공이 됐다. 그동안 처분하고 싶어도 처분할 수 없었던 제약이 있었기 때문에 이제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것 같다.”
― 민주당은 총선 공천 기준으로 삼겠다고 한다. 정부에선 앞으로 인사 때 고려할 것인가?
“아마 생각하지 않겠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 집값이 그동안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안정 수준이 아니라 상당 수준 떨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최근 짧은 기간에 과도하게 상승한 지역의 경우 상당 수준 하락할 필요가 있다.”
― 상당 수준이라면 어느 정도를 말하는가?
“실수요자들이 내 집을 마련하는 데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으로 조정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통계를 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수도권과 지방의 집값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 그런데 정부는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3기 새도시를 건설하고 수도권 교통난 해소를 위해 광역급행철도(GTX)를 확장하기로 했다. 필요한 대책이나 수도권 집중을 더 가속화할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은 무엇보다 지역 경제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수도권 집중, 강남 집중은 우리나라 경제 활동의 중심이 모여 있기 때문에 수요가 집중돼서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경제를 살리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그래서 정부가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하고, 혁신도시를 지정하고, 지방 산업단지 살리기 등 여러가지 사업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의 경제력이 뒷받침되면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게 없는 상태에서 수도권 집중이나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은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두번째로 저출산 영향으로 우리나라 인구 증가 속도가 많이 꺾였지만 가구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1인 가구와 2인 가구를 합쳐 50%가 넘기 때문에 주택 수요는 일정 부분 계속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서 밀려나 수도권에 사는데 수도권 안에서도 경제의 중심들이 다원화돼 있으면 그 지역 안에서 ‘직주근접’이 되겠지만 수도권 안에서도 특정 지역으로 쏠림 현상이 있다. 그래서 출근 2시간, 퇴근 2시간이 일상화되어 있다시피 한다. 서울 사는 분들은 출근 2시간 공포를 모를 거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측면과 별개로 수도권 주민들의 삶의 질의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 통계를 보면 전셋값 상승세가 조금 꺾였지만 여전히 불안이 크다. 홍남기 부총리도 며칠 전 “필요하면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는데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
“범정부 차원에서 공동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고 국토부도 거기에 맞춰 하고 있다.”
―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 계획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법무부가 소관 부처다.”
― 법안은 법무부 소관이지만 내용상으로는 국토부가 챙겨야 할 문제라고 본다. 국토부가 법무부에서 가져와야 할 사안이다. 장관께서도 장관 취임 전에 의원 입법으로 두가지를 담은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을 제출하지 않았는가. 20대 국회에서 40여명의 의원들이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계속 계류만 돼 있다. 국토부가 앞장서고 범정부 차원에서 관철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법무부와 협의하겠다.”
― 얼마전 베를린시가 임대료를 5년 간 동결시켰다. 과감한 발상이 필요하다.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다만 베를린시 같은 경우는 임차인 보호 정책의 역사가 수십년 된다. 시 정부가 지역 임대차 시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적정 임대료 수준에 관한 자료도 가지고 있다. 반면 우리는 전월세 시장, 임대차 현황에 대해 정확히 파악된 게 없다. 어떤 정책을 시행하려면 기본적인 바탕이 갖춰져야 한다. 그런 것들을 정상화시키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 시기상조라고 보는 건가?
“조심스럽게 한발한발 가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임대차 시장의 실거래가라든가 다주택 소유 현황이라든가 이런 기본적인 데이터가 많이 쌓여야 정책이 작동하는데 아직은 그런 게 없다. 토대를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많은 국민이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킬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집값을 잡는 데 실패했다. 가장 큰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세계적으로 저금리 상황에서 유동성 과잉이 가장 큰 배경으로 작용했다.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많이 뛰고 있다. 우리나라도 저금리를 통해 공급되는 과잉 유동성이 혁신산업, 벤처 등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데 흘러가는 게 아니라 단기 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또 은행들은 부동산 투자에 돈을 대주는 가장 편한 가계대출 중심으로 영업을 한다. 12·16 대책의 가장 대표적인 조치가 금융 규제다. 집값을 올리는 데 과도하게 금융을 차입해 사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점수를 매긴다면 몇점을 주겠는가?
“점수 이런 걸 떠나서 시장 안정, 실수요자 중심, 주거 복지 이 세가지 축으로 쭉 가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도 하고 종부세 정책도 도입했을 때 얼마나 난리를 쳤는가.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 때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난리가 났지만 우리나라는 그 전에 막았기 때문에 상당히 연착륙을 한 편이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가 지금 과도하게 풀린 규제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저항이 있고 불편을 얘기하는 분도 있지만 이 과정을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일관되게 하면 시장이 상당 정도 안정되고, 주거 복지도 이뤄질 거라고 본다.”
― 지난해 11월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을 지정할 때 정부 안에서 상당한 이견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분양가상한제가 후퇴했다는 얘기가 있다.
“당시 분양가상한제를 할 때 협소하게 지정한 것은 맞고 그래서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본다. 그래서 이번에 광범위하게 추가 지정을 했고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국토부는 광범위하게 지정하려고 했는데 기재부가 강하게 반대한 건가?
“정부 안에서 컨센서스가 있어야 정책이 되는 거고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도 정부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이기 때문에 일관되게 갈 거라고 본다.”
― 플랫폼 택시 제도화를 위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아직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올해 4월 총선이 있어서 처리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사실 오늘(9일) ‘타다 법안’이 본회의에 올라갔어야 했는데 상정을 안 시켜줬다. 빨리 통과돼야 하는데 다음 본회의에서라도 통과됐으면 한다.”
―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지 않나?
“플랫폼 택시와 관련해 언론 기사가 균형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타다가 플랫폼 택시의 전부가 아니다. 우리가 플랫폼 택시와 같은 모빌리티 혁신을 하는 것은 두가지 목표가 있다. 하나는 질 좋은 택시 서비스를 시민에게 제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율자동차 같은 미래에 대비해 교통 관련 데이터와 기술을 축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가지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은 굉장히 많다. 지금 이렇게 하는 데가 카카오택시, 마카롱, 벅시, 반반택시 등 여러 회사들이 있다. 타다를 제외한 다른 모빌리티 업체들은 다 찬성한다. 법이 통과돼 플랫폼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만들면 한편에선 새로운 서비스가 제도권에 진입하게 되고 다른 한편에선 기존 택시의 서비스가 바뀌게 된다. 그런데도 타다는 렌트를 해서 하게 해달라, 무제한으로 하게 해달라, 기여금은 거의 안 내는 방식으로 하게 해달라고 한다. 그러면 기존에 있는 사람들이 동의하기 어렵다.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의 택시 서비스도 이런 플랫폼 택시로 바꿔나가는 게 같이 가야 전체 모빌리티 혁명을 할 수 있다. 의원들 몇 분을 빼고는 전체적으로 반대하는 분들이 거의 없다.”
― 케이티엑스(KTX) 강릉선 탈선 사고를 계기로 코레일-에스알(SR) 통합 용역이 무산되고 철도 통합 논의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에스알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민영화 우려가 없어졌다”는 철도 통합 무용론도 나온다. 철도 통합 문제에 대한 국토부 입장은 무엇인가?
“감사원이 감사를 하면서 국토부가 철도 안전과 관련한 복잡한 인력·조직·운영·구조 문제 전반에 대한 진단을 하라고 제안했다. 그 용역을 지금 하고 있으니까 그게 끝나고 나면 전체적으로 철도 산업 구조 전반에 대한 검토를 하겠다.”
jsahn@hani.co.kr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면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뒤에 2016년 총선(왼쪽)과 2012년 총선 포스터가 붙어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현미 장관 “경기지사 도전? 정치인은 능동태 아닌 수동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김 장관은 경기 고양시 일산 서구가 지역구인 3선 의원이다. 김 장관은 지난 9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린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제가 일산에서 15년을 했어요. 40대 초반에 시작해 이제 50대 후반이 됐잖아요. 인생에서 가장 활기차게 활동할 시기를 우리 지역 주민들과 함께한 거죠. 이분들과 이별을 한다는 게 너무 슬펐어요.”
김 장관은 다른 의원들도 지역 주민들과 인연이 각별하겠지만 자신은 특히 더 그렇다고 했다. 김 장관은 2007년 대선 직전 대통합민주신당의 ‘BBK 주가 조작 사건 진상조사팀’ 일원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으로부터 10건이 넘는 고소·고발을 당했고 2008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그때 다시는 정치를 못 하는구나 하는 암담한 상황이었는데, 지역 주민들과 MB를 이기겠다는 하나의 소망으로 ‘무지개 연대’를 만들었어요. 지역 주민들과 치열하게 싸워 2010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했고 저도 정치인으로 복귀할 수 있었죠.”
김 장관은 불출마 결심의 가장 큰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을 들었다. “모든 대통령이 3년차가 넘어가면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되는데 이럴 때 돌아간다는 게 마음에 되게 걸리더라고요. 누군가 좀 지켜서 끝까지 보필해야 되지 않느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국회의원 세번 하고 장관 한번 했으면 일생의 영광이다, 나머지는 덤이다, 이런 생각을 한 거죠.”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가 성공을 해야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고 그래야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고 사회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지사 도전설’ 등 앞으로 행보에 대해 김 장관은 “정치인은 능동태가 아니라 수동태”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부동산 문제 같은 국토부 현안을 잘하는 것이 제게 주어진 책임이고 그다음에 무엇을 하든지 국토부 장관을 잘했느냐에 따라 국민들의 평가가 달라지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