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종부세 경감 공약, ‘똘똘한 한 채’ 수요 부추길 위험

1주택 종부세 감면안 논란

이낙연, 민주당 강남 출마자 등
“1주택 실거주자 경감 확대” 주장
최재성 의원 개정안과 같은 방향
보완 아니라 ‘장기보유 면세’가 핵심

정부안은 ‘노령자·장기보유’ 합쳐 공제
여당안은 ‘연령 무관’ 면세 길 열어
정부 부동산정책과 충돌할 소지

그래픽_고윤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총선용 공약으로 꺼내 들면서, 총선 이후 국회의 종부세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여당은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의 틀을 바꾸거나 흔들지 않고, 1가구 1주택자를 보호하기 위한 보완책을 추가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여당이 구상한 1주택자 종부세 감면 확대 및 면제 방안은 단순한 보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정부 종부세 개편안의 틀을 깨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과 부동산업계 말을 종합하면, 최근 이낙연 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종로 출마)과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양천, 용산, 분당 등에 출마한 여당 후보들이 유권자들에게 공약한 1가주 1주택 종부세 경감 확대 방안은 지난해 5월 최재성 민주당 의원(서울 송파을)이 대표발의한 종부세법 개정안과 취지와 방향이 같다. 현행 종부세법상 1가구 1주택자 세액공제는 고령자에 대해 10~30%, 장기보유자에 대해 20~50%를 적용하고 있으며, 두 공제를 모두 받을 사람의 합산공제는 최대 70%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12·16 대책’에서 다주택자 종부세 세율과 전년 대비 세부담 상한(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300%)을 높이면서도, 1주택자 세액공제는 소폭 늘렸다. 고령자 공제액을 10%포인트 확대하고 장기보유 공제를 더한 합산공제 한도를 80%까지 확대한 것이다. 이 종부세법 개정법안(민주당 김정우 의원 발의)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최재성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1주택자의 보유기간에 따른 현행 세액공제 폭을 크게 늘리는 게 뼈대다. 특히 실거주하는 1주택 소유자에 대해서는 보유기간에 따른 세액공제폭을 30~100%까지 늘려, 14년 이상 소유자는 100% 공제(면제)해주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최 의원쪽은 “1주택자 공제 확대가 필요하다고 1년 전부터 정부를 설득해 왔으며, 당 지도부의 공감대도 형성된 만큼 총선 뒤 개정안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여당이 공감하고 있는 1주택자 종부세 경감 방안은 정부 ‘12·16 대책’의 1주택자 공제 확대 방안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노령자 및 장기보유자의 합계 공제한도만 따진다면 정부안이 80%, 최 의원 발의안이 100%로 수치상으론 20%포인트 차이에 그친다. 그러나 최 의원 안은 연령과 상관없이 장기 보유 실거주자에 대해 종부세 면제를 포함한 대폭 감면에 방점이 찍혀 있는 반면 정부안은 노령자 공제와 장기보유 공제의 균형을 고려했다는 차이가 있다.

부동산 업계에선 최 의원 발의안대로면 14년 이상 보유한 실거주자의 종부세가 사실상 폐지되는 효과가 발생해 종부세법의 도입 취지 가운데 하나인 ‘세부담 형평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십억원대 초고가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는 종부세가 아예 면제될 수 있는 반면 중저가 2주택 보유자는 무거운 종부세를 부담하는 상황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또 고가주택을 소유하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소득이 적어 세금을 납부하기 어려운 고령자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도입한 1주택자 종부세 세액공제의 취지에서 벗어난다는 지적도 있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최 의원 발의안에서 ‘실거주’ 요건을 대통령령으로 따로 정하기로 한 것으로 미뤄볼 때 사실상 ‘실거주 기간’도 감면 요건에 추가될 것으로 보이지만, 통상 14년 이상의 실거주 정도로 주택가액과 관계없이 종부세가 면제된다면 주택시장에 끼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이른바 인기 지역 고가주택을 뜻하는 ‘똘똘한 한채’ 수요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최종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