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가 4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좌담회를 열고 있다.
이달부터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 개정안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는 ‘기울어진 운동장’ 같았던 임대차 협상에서 세입자의 발언권이 강화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다만 향후 초·중·고 ‘6-3-3’ 학제를 고려해 계약 갱신 횟수를 늘리고,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민사회단체 및 학계 등이 모인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는 3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열린 주임법 개정안 좌담회에서 “임대인 중심이었던 협상에서 세입자도 권리를 요구할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박동수 서울세입자협회 대표는 “‘방 빼’로 상징되는 갑(임대인) 중심에서 세입자가 갱신권 청구와 임대료 협의 등을 할 수 있게 되는 등 세입자와 임대인이 대등한 계기로 나아간 주춧돌”이라고 평가했다. 정용찬 민달팽이유니온 사무국장은 “임대인이 나가라고 하면 말 한마디 못하고 이사해야 했던 ‘기울어진 임대차 관계’가 아니라 세입자도 계속 거주를 요구할 수 있게 됐다”며 ”세입자로도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선택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했다.
다만 개정안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임대차 2+2년, 5% 인상률’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최 소장은 “6-3-3 학제를 고려할 때 아동들이 이사 걱정 없이 학교를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도록 최소 6년 이상 거주기간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수도권·전국 등 전체 주택 전세가 상승률은 5% 내외였다. 인상률 5% 상한제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변호사)도 “아파트 거주 임차인의 대체적 입장은 자녀 학교 주기에 맞춰 6년 정도만이라도 갱신이 보장됐으면 하는 생각일 것이다. 향후 개선 과정에서 갱신요구권 행사 횟수 증가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택난이 극심한 만큼 주임법과 별개로 공공임대주택을 꾸준히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강훈 실행위원은 “향후 전반적으로 주택임대차 거래가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임차인의 주거 안정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기보단 일부 개선되는 양상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와 같은 주임법 개정만으로 서울·수도권의 주택난이 해결되기는 어렵고, 정부가 상당한 수준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주임법 때문에 전세 물량이 축소되고 전셋값이 폭등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왜곡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용찬 사무국장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세 물량은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이미 계속 줄어들고 있다. 전세값 폭등 우려 역시 주임법 즉시 시행으로 오히려 임대인 마음대로 전셋값을 올리는 문제를 예방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강훈 실행위원은 “전세의 월세화는 가속화할 것이 예상된다. 그러나 임대인의 자력 부족으로 보증금이 거의 없는 월세가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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