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낮 한강을 따라 늘어선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아파트들 뒤로 수풀이 우거진 용산정비창 부지가 보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8·4 부동산 대책’에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중요 입지에 청년·신혼부부 우대가 있을 거란 내용이 발표되면서 일부 청년들 사이에선 기대감을 나타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만 주택공급이 계획처럼 이뤄질지 의구심을 갖거나, 실제 공급 때까지 임대시장이 과열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대책은 ‘노른자 땅’으로 분류되는 서울 강남, 용산 부지가 포함돼 주목받았다. 정부는 용산 캠프킴(3100호), 서초구 서래마을 인근의 서울지방조달청(1천호) 부지 등을 신규택지로 ‘깜짝 발표’하고, 개발예정 부지였던 강남구 서울의료원과 용산 정비창의 공급량을 늘려 각각 3천호, 1만호 공급하기로 했다. 4천호 공급 예정인 서울 외곽의 정부과천청사 일대 등에도 시선이 모인다.
생애 첫 주택 마련 및 공공임대를 노리고 있는 청년층은 알짜부지가 포함됐다는 점에서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서울 서남권에서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김아무개(31)씨는 조달청과 국립외교원 유휴부지, 강남구 서울의료원 쪽 등 강남 지역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정부 발표를 보자마자 직장과 가까운 강남 쪽이 눈에 들어왔다”며 “입지도 좋고, 보면서 ‘이때가 아니면 언제 강남에 살아볼 수 있을까’ 생각했다. 경쟁이 매우 치열하겠지만 기대감이 생기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내년쯤 결혼을 계획 중인 정아무개(31)씨는 “공급까진 한참 걸릴 거라 보지만 조달청 부지는 나와 배우자 직장 모두 가까운 곳”이라며 관심을 보였다. 치솟는 집값 때문에 ‘패닉바잉’에 동참해야 하나 고민했다는 이아무개(32)씨는 “분위기에 쏠려 주택 매입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번 대책에 직주근접인 용산·여의도·마포 쪽 물량이 있어서 일단 대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쏟아진 관심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장 인터넷에는 정부 발표대로 시행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4일 정부 발표 뒤 일부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캠프킴은 아직 반환도 못 받고 토지정화작업도 못 했는데 언제 공급을 하겠느냐”, “예전에 행복주택이 지역주민 반대 때문에 무산됐던 적이 있다”는 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은 조합이 얼마나 참여할지 의문이지만 3기 새도시나 정부 소유 부지는 원하는 만큼 물량이 나올 수 있다”며 “다만 정부에서 2028년까지 공급하겠다고 밝힌 만큼 실제 공급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수요자들은 생각보다 물량이 덜 나온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신규 물량 공급 때까지 대기자가 임대시장에 머무르는 동안 전셋값이 급등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전세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기자들이 발생하면 전셋값이 더 오를 거란 추측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입지가 좋은 물건들이다 보니 매수 대기하거나 기존에 살던 집 전세 연장을 하면서 전셋값 급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임대료 인상을 5% 이내로 제한했고, 4%인 전월세 전환율을 낮추는 규제도 검토한다고 했다. 만약 이 두가지가 모두 시행된다면 상한선이 제한되어 있으니 전세값이 눌러지긴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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