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잠실 부동산중개업소 앞 전월세 및 매매 등 부동산 관련 게시판이 비어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부의 ‘8·4 주택공급 대책’ 발표 이후 처음 조사된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맷값 상승폭이 지난주에 견줘 눈에 띄게 둔화했다. 그러나 전셋값은 주간 오름폭이 비교적 큰 편인데다, 5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등 시장 불안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13일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을 보면, 10일 조사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번주 0.02% 올라 지난주(0.04%)보다 상승폭이 절반으로 줄었다. 한달 전인 지난 7월 첫주 0.11%에 달했던 상승률이 5주 연속(8월 첫주는 보합) 둔화한 것이어서,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조만간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점쳐지는 분위기다. 감정원은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와 취득세 세율을 인상한 ‘7·10 대책’과 ‘8·4 공급대책’ 발표 영향으로 매수세가 위축되며 매매시장은 안정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를 이끌었던 ‘강남 4구’ 가운데 서초·송파구가 지난주 0.02%에서 이번주 보합(0.00%)으로 돌아선 점이 눈길을 끈다. 강남구와 강동구도 모두 지난주 0.02%에서 0.01%로 각각 상승폭이 줄었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지난주보다 이번주에 매매가격 상승률이 더 높은 구는 한곳도 없었다.
지난 12일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부동산 대책 발표 뒤 서울의 주택 가격이 하향 안정 흐름을 보이고 있고 조만간 시장 안정 효과는 더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13일 “앞으로 부동산시장은 시간이 갈수록 점차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매매시장과 달리 ‘임대차 3법’ 국회 통과를 전후해 촉발된 전세시장 불안은 이어지고 있다. 이번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14%로, 지난주(0.17%)와 비교하면 상승폭이 다소 줄었으나 여전히 0.10%가 넘는 높은 상승폭이 유지됐다. 주간 기준으로 보면 59주 연속 상승한 것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전세 매물이 줄어 수급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고 신축 아파트의 경우 보증금을 크게 높여 부르는 곳이 많아 가격이 불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케이비(KB)국민은행이 조사한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9922만원으로 2년 전인 2018년 7월(4억5046만원)보다 4876만원(10.8%) 상승했다. 세입자가 집주인의 실거주 등 이유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못하고 서울에 새 전셋집을 구하려면 2년 전보다 5천만원가량이 더 필요한 셈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당분간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지겠지만 전반적으로 거래량이 줄어들고 가격은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정부 대책으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이 커진 다주택자와 법인은 양도세 중과세 유예 기간이면서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내년 6월1일 이전에 보유주택 처분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또 8·4 대책으로 공급이 늘어날 예정이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이달부터 시행된 데 따라 최근 ‘패닉 바잉’(공황 구매)에 나섰던 30~40대가 신규 아파트 청약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집값은 많이 오른 데 반해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상한제로 묶이면서 시세 대비 낮아지는 상황”이라며 “새 아파트 청약으로 수요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따라 서울 공공택지에서만 올해 1만3천호의 입주자 모집이 이뤄지며 내년 1만호(태릉 사전청약 포함), 2022년 1만3천호의 신규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또 2023년 이후 공공택지 물량과 공공 재개발·재건축 물량(7만호)을 합치면 2028년까지 서울에서 공급될 주택은 총 36만4천호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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