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KB)국민은행과 한국감정원이 발표하는 서울 아파트가격 통계와 실거래가격의 격차가 올해 상반기에, 2011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를 줘야 하는 주택가격 통계가 주택가격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한국도시연구소가 공동으로 분석한 ‘2020년 상반기 실거래가 분석 보고서’를 보면, 올해 1~8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5만8782건의 중위가격은 6억7천만원이었다. 이는 케이비국민은행이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월간 케이비 주택가격동향)를 통해 밝힌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9억1216만원(1월)~9억2152만원(8월)에 견줘 2억4천만원~2억5천만원 낮은 수치다. 2011년 이후 연간으로 케이비 중위가격과 실거래 중위가격을 비교해 보면, 둘의 차이가 1억원 미만으로 좁혀진 것은 2014년(9771만원)이 유일하며, 그 밖에는 줄곧 1억원 넘게 차이가 났다. 특히 주택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던 2018년에는 케이비 중위가격(7억7601만원)과 실거래 중위가격(5억3천만원) 차이가 2억원을 넘겼다. 전체 주택을 정렬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을 말하는 중위가격은 중간 가격대 주택의 가격 수준을 파악하는 용도로 쓰인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하는 올해 1월(8억3921만원)~8월(8억5301만원) 통계 중위가격도 케이비보다는 작았지만 실거래 중위가격과 1억7천만원 차이가 났다. 이 역시 2012년 한국감정원이 관련 지표를 생산한 이래 가장 많이 벌어진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에서 주택가격을 연구하는 한 연구원은 “시장이 불안정할수록 케이비나 한국감정원, 실거래 자료의 갭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된 상황에서는 공인중개사 또는 전문조사원과 같은 특정인에 의해 ‘시세’로 작성되는 가격통계가 시장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상 처음으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을 돌파했다는 케이비의 월간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가 나온 지난 1월의 경우, 실거래된 서울 아파트 6472호의 중위가격은 5억8900만원에 그쳤다. 케이비 가격통계는 표본 아파트(3만6천호)에 대해 공인중개사들이 입력하는 ‘거래가능금액’이 기반이 된다. 실거래가가 아니라 공인중개사가 판단한 시세를 입력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호가’가 반영되는 조사로 간주된다. 한국감정원은 실거래가에 기반해 전문조사원이 산정한 가격을 기반으로 하지만, 표본 아파트(1만6천호)가 있고 전문조사원의 판단이 개입된다는 점에서 케이비국민은행 통계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미국, 영국 등 외국에서는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한 가격통계를 활용하는 데 반해 우리는 호가 기반 조사가 시장을 좌우하면서 통계 자체가 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측면이 있다”며 “실거래가가 아닌 표본을 대상으로 한 주간가격동향 발표를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혁 의원은 “최근 집값 상승 관련 부동산 통계에 대해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감정원은 국민이 신뢰할 만한 정확하고 다양한 통계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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