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품질 좋은 공공임대 공급해서 전월세 시장 안정을 가져오겠다.”
2일 오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은평구의 신축 매입임대 주택 현장을 방문해 정부가 전세대책을 통해 도입한 ‘전세형 공공임대’ 정책의 실효성을 강조했다.
이날 김 장관을 비롯해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등이 방문한 서울 은평구 대조동 매입임대 ㄷ주택은 지난 20일 입주자 모집을 마감한 5층짜리 1개 동 10호 규모의 다세대주택이었다. 이곳은 ‘좁고 낡은 주택’이라는 공공임대 주택에 대한 기존의 통념과는 크게 달랐다. 전용면적 55~57㎡의 20평대 집에는 방 3개, 욕실 2개가 있었고 3베이 구조(거실과 방 2개를 포함해 총 독립된 3개 공간이 베란다를 통해 외부로 노출) 광폭 발코니(폭이 일반 1.5m보다 넓은 2m), 팬트리(수납공간) 등 최근 선호되는 설계가 적용되어 있었다. 6호선 역촌역으로부터 5분 거리에 위치한 역세권 주택으로, 인근에 초등학교도 있다. 다자녀가구에 공급되는 이 신축 매입임대는 시세 대비 50% 수준인 보증금 1억원-월세 30만원 또는 보증금 1천만원-월세 75만원으로 공급한다. 지난 20일 입주자 모집을 마감한 결과 3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한다. 현장에서 변 사장은 “건설단가가 4억6천만원으로 입주자가 부담하는 주거비를 생각하면 상당 부분을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위소득 이하 계층에게 공급되는 기존 공공임대 주택도 품질 면에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건설단가 4억6천만원 수준인 이 매입임대 주택 방문은 지난 19일 전세대책을 통해 도입된 ‘공공전세’에 대한 ‘미리보기’ 또는 ‘예고편’ 같았다. 정부는 2022년까지 아파트 전세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공공전세를 전국 1만8천호(서울 5천호) 공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공기 단축을 해도 최소 3년 이상이 걸리는 아파트보다 단기 공급 효과가 뚜렷한 민간의 중·소규모 다세대주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공급 속도와 물량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이날 방문은 아파트가 아니라 다세대주택으로 공급되는 공공전세가 아파트 전세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느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한 ‘응답’이기도 했다. 김 장관은 “공공임대 주택의 품질이 높아진 국민 눈높이에 맞춰 발전해 나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새로 도입된 공공전세는 매입단가가 서울 평균 6억원으로 대폭 향상되어 서울, 수도권 요지에 품질 좋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변창흠 엘에이치 사장은 “평균 6억원이기 때문에 7억원이나 8억원이 되는 주택을 공급할 수도 있다”며 “이 집 건설단가가 4억6천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6억이나 7억으로 건설단가가 높아지면 아파트 전세수요 대체할 공공임대 주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전세대책으로 ㄷ주택과 같은 고품질 신축 매입임대 주택 물량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전세대책에는 기존 ‘신축 매입약정 임대주택’ 물량을 크게 늘려, 2022년까지 전국에 4만4천호(서울 2만호)를 ‘전세형’(임대료의 최대 80%까지 보증금으로 전환 가능)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급이 이미 예정된 민간 건설사가 짓는 주택을 매입하는 형태가 실제 공급 물량 순증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변 사장은 “사업자들이 매입임대를 건설할 때 수요가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판단 때문에 쉽사리 결정을 못하는데, 공공사업자가 이를 매입한다는 확신이 있으면 관련 건축사업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작년에 매입약정을 신청한 522건 가운데 101건이 실제 약정으로 이어졌다”며 “매입단가를 올리면 평균 30% 수준의 약정률이 크게 올라가 건축사업이 활성화가 되니 주택 공급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건설사가 ‘파트너’가 된 전세대책은 박근혜 정부 시절 ‘뉴스테이’(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도 있었지만, 공공전세나 신축 매입약정형 임대는 이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뉴스테이는 민간 건설사에게 금리 및 세제 혜택을 주고 8년 의무 임대 및 임대료 5% 증액 제한과 같은 임차인 보호 의무를 부과한 ‘반공공 반민간’ 형태였으나, 임대차 시장 안정 효과는 미미한 반면 민간 건설사들의 이익만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뉴스테이는 민간이 건설하고, 건설 후에도 민간이 임대 관리를 하는 방식이지만 매입임대는 민간 건설사가 짓고 공공이 매입해서 보유하게 되므로 관리주체가 공공이 되어 임대료가 저렴하다”고 말했다.
임대주택 건설이나 매입에 드는 재원이 엘에이치의 부채로 잡히는 만큼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변 사장은 “전체 소요 재원 10조6천억원 가운데 정부가 6조8천억원을 지원하고 수요자가 부담하는 전세보증금 2조원을 고려하면 엘에이치 부담은 1조7천억원 수준”이라며 “주택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지원단가 인상폭도 기존 3%에서 5%로 늘었기 때문에 저희들 부담이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특히 편의시설과 커뮤니티 시설 확충에도 역점을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아이돌보미 시설이나 피트니스 센터, 시시티비 보안 등 아파트 대비 편의시설이 부족한 문제도 엘에이치가 매입약정을 하는 과정에서 설계에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변 사장은 “일정 규모 이상의 매입임대에는 아파트와 차이 없이 편의시설을 넣거나 특정 수요층을 타깃으로 한 ‘테마형’ 매입임대를 통해 좋은 주거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임대 주택 품질 개선의 수혜 계층이 사실상 아파트에 수억원대 전세를 사는 중산층이 된 것이 기존 공공임대 주택 입주자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변 사장은 “기존 노후 공공임대 품질 개선에도 1조7천억원 수준의 재원이 투입되고 있는데 이는 기존 정부 시절 500억원 수준이었던 데 견주면 획기적인 수준”이라며 “기존에 노후 영구임대주택에 대해서도 재건축을 통해 분양주택을 결합하고, 각종 편의시설과 문화시설을 넣어 해당 지역의 거점이 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