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강남아파트’에 대해 공인중개사가 한 말

야당과 언론이 연일 비판하는
‘시세 17억원 강남아파트’ 가보니

오른쪽의 아파트가 전용면적 84㎡ 시세가 17억원인 브랜드아파트, 왼쪽이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ㅎ아파트다. 진명선 기자

“카드대출을 ‘영끌’해 강남아파트를 산 변창흠 후보자가 국민들에겐 벌집 임대주택에 살라고 강요한다.”(13일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변 후보자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가 야당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변 후보자 쪽은 실거래가 거의 없는 14세대 규모의 나홀로아파트이고, 카드대출은 정책금융인 보금자리론을 취급한 카드사를 이용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지난 11일 경기 화성동탄의 공공임대 방문 현장에서의 ‘공공임대 면적 논란’ 이후 또다시 ‘강남아파트’가 도마에 오르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주장과 일부 언론 보도를 보면, 변 후보자의 자택은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는 일반적인 ‘강남아파트’로 인식된다. 하지만 지난 11일 실제 현장에서 살펴본 변 후보자 자택은 통념 속 ‘강남아파트’와는 사뭇 달랐다.

강남아파트? “우리는 아파트로 계산 안 한다”

지난 11일 찾은 변 후보자의 서초구 방배동 ㅎ아파트는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1000여 세대 규모의 브랜드 아파트(1차 660여세대, 2차 330여 세대)와 마주보고 있었다. ㅎ아파트는 다세대주택, 원룸 등이 밀집한 저층 주거지에 속한 1개동 6층 건물이었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 ㄱ씨는 ㅎ아파트에 대해 “아파트가 아니라 빌라”라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20년째 공인중개업소를 하고 있다는 그는 “2002년에 대형평수에 고급빌라로 지어졌다”며 “법적으로 아파트로 분류하는 거고 우리는 아파트로 계산 안 한다”고 말했다.

건축법 시행령(용도별 건축물의 종류)을 보면, 주택은 크게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으로 구분되는데 공동주택에는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이 포함된다. 아파트의 정의는 ‘주택으로 쓰는 층수가 5개 층 이상인 주택’으로 세대 규모나 커뮤니티 시설 여부 등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연립주택(바닥면적 660㎡ 초과)과 다세대주택(660㎡ 이하)은 층수가 4개 층 이하로 바닥면적에 따라 구별된다. 또다른 공인중개업소 대표 ㄴ씨도 “공부(등기부등본) 상 아파트지, 대형 빌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시세 18억원? “팔아봐야 알지”

ㅎ아파트의 시세도 논란 거리다. 언론에는 다양한 시세 추정치가 나왔는데, 17억원이 제일 많았고 최대 18억원이라고 보도한 기사도 나왔다. 시세를 18억원이라고 보도한 한 기사는 2006년 변 후보자의 매입가격 5억2300만원을 기준으로 “시세차익만 12억원~13억원”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는 ㅎ아파트와 골목 하나를 두고 마주한 브랜드 아파트의 시세인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를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 ‘호갱노노’를 보면 이 브랜드아파트 중 2차 아파트 84㎡ 시세가 17억원으로 나와있다. 18억원은 최근에 이뤄진 이 아파트의 실거래가다.

ㅎ아파트를 실제 중개한 적이 있다는 ㄱ대표는 이같은 언론의 시세가 부풀려진 것이라고 했다. ㄱ씨는 “여기는 실거래도 거의 없고 매물이 안 나온다”며 “매물이 나오더라도 팔아봐야 안다”고 했다. 그는 “ㅎ아파트 2차는 평수가 크면 방이 4개인데 장관 후보자가 산다는 1차는 평수가 커도 방이 3개인 형태라 2차 시세랑 좀 다르다”고 말했다. ㅎ아파트 옆에 지어진 2차아파트의 경우 지난 11월 132㎡가 13억7천만원에 거래됐다.

실제 변 후보자의 ㅎ아파트는 갭투자와 같은 방식으로 빈번하게 거래되는 일반적인 ‘강남아파트’와 달리 실거래가 드물다. 변 후보자는 5층에 있는 전용면적 129㎡ 주택에 2006년 6월 입주 이후 매매 없이 쭉 실거주하고 있고, 다른 주택도 2006년 이후 15년 동안 거래가 3~4건 정도에 그쳤다. 변 후보자는 공직자 재산신고 때 ‘공시가격’ 기준으로 신고한 이유에 대해 “실거래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은 등록 대상 부동산 가격의 경우 공시가격(평가액)과 실거래가격 중 높은 금액을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카드대출로 영끌? “보금자리론 취급한 카드사 이용했을 뿐”

국민의힘 등에서는 변 후보자의 아파트 매입자금 출처를 ‘카드대출’이라고 하지만, 변 후보자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무주택자에게 지원하는 ‘보금자리론’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팀 관계자는 “당시 은행 뿐만 아니라 카드사에서도 보금자리론을 취급했고, 카드사를 창구로 이용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당시 1금융권과 더불어 카드사 등과 협약을 맺어 보금자리론을 취급하도록 했다”며 “지금도 접근성 제고를 위해 저축은행 등 다양한 창구를 활용 중”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진명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