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흑석동 저층주거지 모습.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서울 도심에 공공 주도로 공공주택 32만호를 공급하겠다는 2·4 공급대책을 두고 난개발을 초래해 ‘제2의 뉴타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2·4 대책의 공공 주도 모델은 민간 주도 뉴타운 사업과는 성격이 크게 달라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4 공급대책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서울 전역이 ‘공사판’이 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4일 발표된 도심 공공개발 핵심 사업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의 우선 추진 검토구역은 역세권 117곳, 준공업 17곳, 저층주거지 21곳을 포함해 총 155곳에 이른다. 여기에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우선추진 검토구역 67곳을 더하면 후보지만 222곳에 이른다. 이 같은 개발 규모가 과거 서울 전역에 지정됐던 ‘뉴타운 사업’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4일 논평을 내어 “서울 역세권 개발을 골자로 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서울 전역을 난개발로 몰고 가게 될 것”이라며 “상가 임대료 폭등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등 서울 시민 주거의 질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도 같은 날 논평을 내어 “뉴타운 재판이 되지 않으려면 계획한 속도를 대폭 늦추고 꼭 필요한 곳에만 주택을 공급하고 천천히 순환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주택을 100%로 공급하면서도 70~80%를 공공분양 주택으로 공급하고 공공임대 및 공공자가주택 비율은 20~30%에 그쳤다는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전세보증금 수준의 낮은 분양가로 공급하는 공공자가주택은 이번 대책에서 정확한 물량조차 제시되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오는 8일 국회에서 2·4 공급대책의 공공임대 물량을 확대하라고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박효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공급속도도 높이고, 토지주 이익도 보장하고, 세입자들도 보호한다는 이 모든 게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뉴타운은 민간 조합이 법에 정해진 최소한의 의무 이외에 고령의 저소득 다가구 원주민들과 세입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나 인프라 개선과 같은 공적인 역할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이번 2·4 대책처럼 공공이 주도해 개발이익을 공유하는 모델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설 이후부터 서울 도심 공공개발 우선추진 검토구역 후보지 222곳에 대한 사업설명회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윤성원 국토부 제1차관은 5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설 연휴가 끝나면 각 조합원들, 시공업체, 주민들에 대해서 온라인 사업설명회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지 공개와 관련해서는 “지금 발표를 해버리면 당연히 (시장) 과열이 될 것”이라며 “사업 시행이 구체화되기 전까지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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