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새도시 예정지 토지 투기 의혹에도 ‘2·4 주택공급 대책’은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공급 대책에 끼칠 부정적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4 대책에 따른 도심 공공개발과 재정비 사업,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 사업 등을 위해서는 엘에이치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주도적 역할이 중요한데, 이번 광명·시흥 투기 의혹으로 이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해 있기 때문이다.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조사 결과와 함께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 ‘2·4 공급대책’에서 처음으로 제시했던 공공 주도 도심지 개발 사업의 후보지 일부를 공개할 계획이다. 또 다음달 중에는 광명·시흥에 이은 수도권 2차 신규 공공택지 입지를 발표하고, 5월에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등 선도사업 후보지 1차 공모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달 말 예정인 공공 주도 도심지 개발사업 후보지 공개는 일부 주민들의 신청에 따라 사업 검토에 들어가는 것이어서, 공개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엘에이치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이 주도하는 이 사업이 지구 지정 등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토지주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한데, 이들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주민 의견수렴 과정이 난항을 겪을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광명·시흥 투기 의혹을 빌미로 공공 주도 개발에 반대하는 토지주들의 의견이 우세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5월로 예정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후보지 공모도 같은 이유로 사업 진행이 지연될 우려가 커졌다.
이르면 다음달로 예정됐던 수도권 신규 택지지구 발표는 다소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새도시 예정지 투기 의혹 조사, 재발 방지대책 등 후속 조처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신규 택지지구 후보지가 공개될 경우 또 다른 의혹과 논란을 불러올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또 올해 토지 보상을 앞두고 있는 고양 창릉 등 3기 새도시의 보상 작업도 난항이 예상된다. 보상업무 담당자였던 엘에이치 직원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탓에 원주민들만 헐값에 땅을 빼앗길 수 없다는 반발과 함께 제값 보상을 요구하는 토지주들의 목소리가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정부는 현재 한국부동산원을 통해 국토교통부와 엘에이치 임직원 및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최근 5년치 부동산 취득 현황을 파악 중이다. 이를 통해 공직자 등이 3기 새도시와 과천 과천지구, 안산 장상지구 땅을 택지 지정 전 매입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고,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성 투자를 한 것으로 의심되면 경찰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주말에도 부동산원에서 공직자 등의 명단을 받아 분석 중”이라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국민들께 상세히 공개하고 설명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