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토지매입 의혹 사건에 대한 정부 합동조사와 국수본(국가수사본부)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들이 발표 시점까지 보안 사항인 새도시 예정지구 지정 계획을 미리 알았는지, 예상했다면 어떤 시점인지 등에도 관심 쏠린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 관계를 기초로 그 가능성을 추정해봤다.
①2017~2018년 당시 광명·시흥 새도시 개발 예상 가능했을까?
민변과 참여연대가 처음 공개한 광명·시흥의 엘에이치 직원 보유 토지는 모두 10개 필지, 2만3028㎡(약 7천평)에 이른다. 매매 시기는 2018년 4월부터 2020년 2월까지다. 이후 엘에이치 직원의 소유가 추가로 확인된 광명시 옥길동 논(526㎡)은 2017년 8월에 거래가 이뤄졌다. 최소한 4년에 걸쳐 엘에이치 직원들의 토지 매입이 차례대로 이뤄진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3기 새도시(대규모 공공택지) 조성 방침이 처음 나온 것은 2018년 9월 ‘9·21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이었다. 그해 12월 19일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등 3곳의 새도시 예정지가 1차로 발표됐다. 이어 이듬해 5월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2곳이 추가됐으며, 지난달 광명·시흥이 여섯번째 3기 새도시 예정지로 지정되기에 이른다. 따라서 시기적으로 2017~2018년 9월에는 엘에이치 직원이라도 광명·시흥의 새도시 예정지구 지정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광명·시흥은 2015년 보금자리지구 지구가 해제된 이후 2025년까지 특별관리구역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되면서, 정부가 나서면 언제든지 공공택지로 조성될 가능성이 있는 개발 예정 후보지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당시 엘에이치 직원들이 구체적인 개발 관련 정보를 파악한 상황이 아니어도 광명·시흥 일대가 어떤 방식으로든 개발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토지 매입에 나섰을 개연성에 무게가 실린다.
② 왕버들나무 빽빽히 심은 지난해부터는 택지 개발 확신했나?
광명·시흥 새도시 예정지구인 시흥시 과림동 소재 밭을 사둔 엘에이치의 한 간부급 직원 ㄱ씨는 1년여 전 쯤 밭을 갈아엎고 희귀 수종으로 꼽히는 왕버들나무를 촘촘하게 심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는 수도권 3기 새도시 예정지 5곳이 두 차례(2018년 12월, 2019년 5월)에 걸쳐 발표된 이후인데, 당시 밭을 갈아엎고 수목을 식재한 행위는 공공택지 지정을 내다보고 실질적인 보상을 대비하기 시작한 움직임으로 의심된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평가다.
특히 왕버들나무가 희귀수종이라는 점도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희귀수종의 경우 보상에 대한 자료와 근거가 부족해 보상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엘에이치 관계자는 “보상 지구내 식재된 나무는 이식 비용을 지급하는 게 원칙”이라며 “희귀수종이거나 값비싼 나무라고 해서 이식비용이 특별히 더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린 나무를 최대한 촘촘하게 심었다면 이식비용이 늘어날 여지가 있고 희귀수종 소유자가 이식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사정 등을 내세워 나무 값을 비싸게 보상받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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