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새도시 투기 의혹으로 공공 개발에 대한 불신이 고조된 가운데, 노후 도심을 공공 주도로 개발하는 2·4 대책 1차 후보지로 서울 금천구, 도봉구, 영등포구, 은평구 4개 구에서 21곳이 선정됐다. 주민 3분의 2가 동의할 경우 판교새도시 규모의 2만5천여 호가 공급되는데, 민간 재개발에 견줘 토지주 분담금이 30% 감소할 것이라는 ‘청사진’이 제시됐다.
31일 국토교통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3080+ 주택공급 방안 1차 선도사업 후보지 선정 결과’를 공개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금천구(1곳), 도봉구(7곳), 영등포구(4곳), 은평구(9곳) 4개 구에서 21곳이 선정됐다. 민간 재개발로는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아 재개발 구역에서 해제되는 등 개발 동력을 상실한 곳들이 대부분이다. 강북 지역 4개구에서 집중적으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은 “지난 2월 대책 발표 이후 두달 만에 후보지 341곳이 접수됐다”며 “구청으로부터 제안이 가장 먼저 접수돼 협의가 빨리 진행된 곳을 우선 발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급유형별로는 역세권 유형(주거상업고밀지구)이 9곳, 준공업 유형(주거산업융합지구)이 2곳, 저층주거지 유형(주택공급활성화지구)이 10곳이다. 이날 공개된 후보지는 ‘도심 공공개발 복합사업’ 후보지로, 2·4 대책 당시 공공개발의 또다른 유형으로 제시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후보지와 지방 광역시의 후보지들은 추후 4~5차례에 걸쳐 향후 순차적으로 발표된다.
21곳에서 공급되는 물량은 2만5200호로 판교새도시 공급물량과 유사한 규모다. 특히 이 가운데 ‘저층주거지 유형’에서만 1만7500호가 공급될 것으로 추산됐다. 은평구 옛 증산4구역(면적 16만6022㎡, 4139호)이 가장 큰 규모이고, 영등포구의 옛 신길15구역(10만6094㎡, 2380호), 은평구의 녹번동 근린공원 인근 지역(7만9482㎡, 2436호) 등도 2000세대 가까운 대규모 신규 아파트 단지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개발 과정에서 용적률 등 ‘공공 인센티브’로 토지주 수익이 증가하고, 주택 공급물량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평균 용적률은 380%로 민간 재개발(269%)에 견줘 111%포인트 늘고, 토지주 수익률은 민간 재개발 60.9%에 견줘 29.6%포인트 증가한 90.5% 수준으로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주가 재개발 과정에서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추가분담금’ 역시 민간 재개발 대비 30.3%까지 감소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택 공급물량은 구역 당 평균 1195호로 민간 재개발을 통한 공급 물량 854호보다 39.9% 많은 수준이다. 국토부는 올해 안에 주민 동의가 완료돼 사업에 착수하는 사업구역에는 최고 수익률 30%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21곳은 향후 정부가 지자체와 협의해 세부 사업계획안을 수립한 뒤 주민설명회를 거쳐 토지 등 소유자 10%가 동의할 경우 예정지구로 지정되며, 최종적으로는 3분의 2 동의를 얻어야 개발이 확정된다. 국토부는 “이번 후보지 선정을 위해 서울 내 4개구 14개 동의 지난 1년 간 부동산 거래 동향을 조사하였으나 가격 급등 등 특이동향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주민 동의 10%를 충족해 예정지구로 지정되는 7월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및 부동산 거래 조사를 본격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선정된 곳은 4개구가 후보지로 추천한 109곳 가운데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에 해당하는 62곳 중 사업성을 충족한 곳들이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말고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및 소규모 정비사업에 해당하는 47곳에 대해서는 추후 별도 검토를 통해 사업지 선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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