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정부청사와 주변 아파트 단지. LH 제공
세종특별시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이전기관 종사자 아파트 특별공급이 특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불과 2년 전까지 적용했던 특공 운영 규정이 과도하게 방만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최근까지 수차례에 걸쳐 특공 운영 규정을 고쳤지만 사실상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20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업계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2019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행복도시 이전기관 주택 특별공급 운영 규정을 고쳤다. 그간 행복도시 정주여건이 개선된 데다 주택가격이 상승한 현실 등 변화된 여건을 반영해 기존의 제도 운영상 미비점을 보완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특공 자격과 공급 규정 등 핵심 사안을 뒤늦게 보완한 탓에 상당기간 특공이 일부 집단의 투기수단으로 활용됐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진단이다. 2011년부터 이뤄진 특공으로 지난 10년간 행복도시에서 공무원이 가져간 특공 물량은 2만5636가구로, 공급된 전체 아파트 9만6746가구의 26.4%에 이른다.
지난 4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행정예고한 뒤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행복주택 특별공급 세부운영규정’을 보면, 앞으로는 수도권에서 행복도시로 이전하는 기관 중 본청·본사를 건설하거나 매입해 이전하는 경우에만 특별공급 대상기관이 된다. 지금까지는 지방에 있는 기관이 제2청사나 지사 등을 설치해도 특공 대상으로 폭넓게 인정했던 규정을 바꾼 것이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 직원들의 아파트 특공은 이 규정이 존재했다면 불가능했다. 대전에 있는 관평원은 2016년 당시 정부 예산을 받아 행복도시 신청사 부지를 매입하고 2017년 특공 대상이 됐으나 유령 청사만 지은 채 그대로 대전에 남아 ‘특공 먹튀’로 비난을 사고 있는 중이다.
이전기관 특별공급 대상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한 것도 불과 2년 전이다. 정부는 2019년 5월에야 특공 세부 운영규정을 고쳐 2주택 이상 보유자를 특공 공급대상에서 제외했다. 그 이전까지는 다주택자인 공무원도 세종시 이전기관에 속한 경우 특공 혜택을 누릴수 있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특공 물량 중 무주택자에 대한 50% 우선공급이 처음 도입됐고 1주택자가 특공 주택에 입주할 때는 입주개시일 이후 6개월 안에 종전 주택을 처분하도록 하는 규정이 신설됐다.
전문가들은 행복도시 조성 초기에는 기관 이전 촉진과 이전기관 종사자 조기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특공을 폭넓게 제공할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지난해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등 행정수도 이전 논의로 세종 아파트값이 연간 44.93% 오르는 등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이전기관 종사자 특공 제도가 ‘로또급 특혜’가 됐지만 2019년 이전만 해도 특공의 인기가 항상 높지는 않았던 게 현실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2017년부터 특공 규정을 들여다봤는데도 지난해 9월 처음으로 무주택자 우선공급을 도입했고 올해 3월 엘에이치(LH) 사태가 터진 뒤에야 특공 대상기관을 대폭 조정하는 등 뒤늦게 부랴부랴 대응에 나선 것은 아쉽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부동산학과)는 “취지가 좋았던 행복도시 이전기관 특공 제도가 이처럼 국민의 불신을 받게 된 것은 공무원 편의만 중시한 전형적인 보신주의 행정의 결과”라고 짚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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