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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주택 시급한데…호텔 리모델링에 갑자기 주택 기준 적용?

등록 2021-06-14 17:00수정 2021-06-15 02:11

LH, 호텔 등 비주택 리모델링 매입 심사
주택 바닥 두께 충족 안 한다며 ‘매입 제외’
“청년주택 공급사업 수행 의지 없다는 것”
대표적인 호텔 리모델링 청년주택인 ‘안암생활’ 내부. 연합뉴스
대표적인 호텔 리모델링 청년주택인 ‘안암생활’ 내부.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청년 등 1인가구용 공급 모델인 ‘호텔 등 비주택 리모델링’ 매입 심사를 하면서 ‘주택’에 해당하는 건설 기준을 적용해 사업신청자들을 대거 제외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세대책을 통해 비주택 리모델링 공급 방안이 나온 지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확보 물량이 올해 목표량에 턱없이 미달하는 등 청년 공급대책에도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민간 매입약정 방식을 적용한 비주택 용도변경 리모델링 사업 공모’를 실시했던 엘에이치는 최근 심사를 통해 사업신청 28건 가운데 5건을 매입 대상(조건부매입)으로 통보하고 나머지 23건은 ‘매입 제외’ 통보했다. 주된 사유는 바닥 두께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콘크리트 슬래브 두께 210㎜)에 미달한다는 것이었다. 애초 호텔과 같은 비주택을 대상으로 삼은 사업에서 주택에 해당하는 건축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당장 사업신청에 나섰던 호텔주들은 매입 제외 처분을 ‘탈락’으로 받아들이며 법률대리인을 선임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이들의 법률대리를 맡은 김영상 변호사(법무법인 다담)는 “공고 자체가 비주거용 건물을 주택으로 만들겠다고 한 것이었고 비주택과 주택 간에 법령 충돌은 당연하다. 이 때문에 공공주택특별법에 의해 공급되는 임대주택은 국토부령으로 예외사항을 둘 수 있다는 조항이 있는 것”이라며 “비주택 리모델링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대다수 호텔은 주택건설기준에 따라 건설된 것이 아니므로 현행 기준을 충족할 수 없는 게 명백한데, 이를 근거로 대거 매입 제외 처리한 것은 사실상 청년주택 공급사업을 수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엘에이치가 기존에 호텔 리모델링 사업으로 추진한 다른 사례의 경우 이 같은 주택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반발을 사는 대목이다. 지난해 엘에이치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한 ‘안암생활’이나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 후 첫 현장방문 장소로 선택한 ‘아츠스테이’ 모두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한 ‘청년주택’이다. 이들은 좀 더 완화된 건축기준을 적용하는 ‘기숙사’로 용도변경해 법적인 문제를 해소했으나, 이번 호텔 리모델링 매입 심사에서는 이 같은 해법도 찾지 않은 셈이다. 엘에이치 관계자는 “지난해는 지자체가 용도변경 문제를 해결해 시범사업 성격으로 진행했으나 본 사업으로 물량을 확대할 때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매입심사위원회에서 관련 법령과 공고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매입 제외 통보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5월6일 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에서 호텔 등 비주택 리모델링을 통해 올해 8천호를 공급하겠다면서 4월말 기준 28건, 3천호 가량의 사업신청이 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연내 8천호 공급이 가능하다는 신뢰를 주는 대목이었지만 이후 28건 가운데 5건만 통과시키고 23건이 대거 제외된 것이다. 건물 한 곳 당 100호 미만에서 최대 200여호 수준으로 공급되는 점을 감안하면 5건으로 확보된 물량은 1000호를 넘기기 어렵다. 국토부는 지난해 11·19 전세대책을 통해 호텔·상가·오피스 등 입지가 좋은 도심의 비주택을 리모델링해 청년 1인가구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시 6천호였던 올해 목표 물량은 지난 2·4대책 당시 2천호가 추가돼 총 8천호로 늘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 주택 기준 상 문제가 없는 것을 위주로 1차 심의를 통과한 것이고 매입 제외를 한 나머지도 추가적인 성능 보완 방안을 가져오면 추가 심의를 하고 제도 개선 등을 통해 2차 공모도 받을 계획”이라며 “비주택을 통한 주택 공급의 경우 리모델링 말고 철거 후 신축하는 방안도 있기 때문에 올해 안에 8천호 공급물량을 달성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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