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카카오 제공
카카오가 불쑥 발표한 골목상권과 상생안에 대해 전국 자영업자·소상공인 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가 “면피용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상생안이 소상공인들에게 진정성을 갖게 하려면 골목상권 업종에 대한 무분별한 침탈 중지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연합회(이하 연합회)는 16일 카카오 상생안에 대한 논평을 내어 “소상공인연합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와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고 구체적인 내용도 빠졌다”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몸통은 덮어둔 채 꼬리 자르기로 일관한 면피용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김범수 의장에 대한 제재 절차를 밟고, 곧 열리는 국정감사 때 김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을 일시적으로 모면하기 위한 면피용 대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14일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은 사업에선 손을 떼고, 3천억원 규모의 상생기금 마련하며, 경영권 승계 의혹이 있던 케이큐브홀딩스은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의
상생안을 내놨다. .
연합회는 “문어발을 넘어 지네발로 무한 확장 중인 카카오가 한두 개 사업을 접었다고 해서 골목상권 침탈 야욕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꼬리 자르기를 빌미로 대리운전과 헤어샵 등 본격적으로 침탈 중인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카카오가 언급한 3천억원도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구체적 계획도 없으며, 무엇보다 골목상권 무한 침탈의 대가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연합회는 카카오톡 앱의 높은 수수료 문제도 지적했다. “카카오톡 앱에서 인근 미용실을 예약할 수 있는 ‘카카오 헤어샵’은 고객의 첫 방문 때 수수료 25%를 받고,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평균 수수료는 10%대로 5%대인 여타 대형 플랫폼보다 2배 이상 비싸다. 중소 제조사의 상품 등을 소비자가 주문할 수 있는 카카오메이커스 판매 수수료도 25~30% 사이로 카카오가 독과점화한 빅테크 플랫폼을 무기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카카오에 비싼 수수료를 물고, 소상공인들은 카카오에 종속되어 카카오가 넘겨주는 손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 절망적인 시장구조는 소상공인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나아가 국가경제의 근간마저 뒤흔들고 있다”고 짚었다.
연합회는 이어 “카카오가 진정성 있는 상생을 내세우고 싶다면 대리운전과 헤어샵 예약 등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시장에서 즉각 철수하고, 여타 골목상권 업종에 대한 무분별한 진출 중지를 선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와 국회 역시 계류 중인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에 즉각 나서 카카오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의 횡포를 제어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회는 “소상공인 단체들과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상생안을 발표한 카카오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연합회 안에 온라인플랫폼공정화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카카오를 비롯한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침탈을 막고 소상공인의 영역을 보호해 건전한 온라인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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