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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인턴은 복사 전담? 미용실·마트 현장 누볐죠”

등록 2006-07-19 14:49수정 2006-07-19 17:28

△옥승호(28·남)
 중앙대학교 영문과
 2006년 1~3월 로레알 인턴
 현 로레알 레드켄 브랜드 마케팅
△옥승호(28·남) 중앙대학교 영문과 2006년 1~3월 로레알 인턴 현 로레알 레드켄 브랜드 마케팅
외국기업 인턴 4명이 만났다
무조건 현장가다 ‘문전박대’
열정 높이 사 정직원 채용

1년 전 이들은 학생이거나 백수였다. 한명은 국제 변호사를 꿈꾸다가 좌절했고, 한명은 아프리카 오지에 있었다. 4명 모두 학점이 좋지 않았고, 두명은 어학연수 경험도 없었다. 하지만 1년 뒤, 글로벌 기업에서 인턴 생활을 거친 이들은 희망에 차 있다. 모두 취직을 한 것은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장래 희망은 구체적으로 그리며 ‘파이팅’을 다짐했다.

유수 글로벌 기업에서 인턴으로 활약했던 젊은이 4명이 한데 모였다. 13일 마포 한겨레신문사 건물 8층 대회의실 두시간동안 진행된 좌담에서 이들은“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체계적인 인턴십”이라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인재를 중요시하는 글로벌 기업일수록 체계적인 인턴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상당수 국내 기업들이 회사 견학이나 허드렛일을 시키는 ‘홍보용’ 인턴십을 운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회=만나서 반갑다. 우선 하늘의 별따기라고 소문난 인턴자리에 어떻게 합격했는지 비결부터 알려달라.

옥승호=나는 괴짜라서 뽑은 것 같다. 방송 외주 제작사에 들어가 아프리카에서 6개월동안 일했다. 외모도 보다시피 좀 별나고(일동 웃음) 마라톤 등 운동을 즐긴다. 면접에서 플룻 등 음악쪽에 조예가 깊은 점 등을 밝히며 ‘나는 이렇게 독특한 사람’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는데 로레알이 다양성을 존중하는 프랑스 회사다보니 좋게 봐줬다.


상품회의서 의견 반영해줘
현장서 일하며 내 적성 찾아

△최진정(25·여)
 이화여자대학교 보건교육/경영학 복수전공
 2005년 6~8월 한국씨티은행 인턴
 8월 미국 컬럼비아대학 유학 예정
△최진정(25·여) 이화여자대학교 보건교육/경영학 복수전공 2005년 6~8월 한국씨티은행 인턴 8월 미국 컬럼비아대학 유학 예정
이정민=산학연계 프로그램의 혜택을 많이 봤다. 지멘스가 서강대랑 한양대 공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턴십에 지원해 뽑혔다. 유럽의 인턴은 대부분 해당 부서에서 이력서를 본 뒤 같이 일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먼저 다녀온 선배들 조언도 받았고, 복잡한 서류작업과 독일어 공부 등은 학교쪽에서 도와줬다.

오진우=2004년 교환학생을 다녀온 뒤 진로를 고민하던 중 피엔지가 학교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2박3일간 개최하는 비즈니스 스쿨에 참가했다. 그룹토의 등 여러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젝트에서의 팀워크와 리더십 부분을 높이 인정받은 것 같다. 대학교 때 국제회의 조직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최진정=나는 정말 절박했다. 경영을 복수전공했지만 주전공이 보건교육이라 전문성도 부족하다고 느꼈고, 학점도 좋지 않았다. 이전에 면접에서 떨어진 적도 많다. 함께 씨티은행 인턴에 지원한 이들을 보니 외국 명문대학 출신에, 미국회계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도 있었으니 기가 죽었지만 금융에 대한 애정과 어학연수는 안갔어도 영어를 열심히 공부한 점을 필사적으로 피력한게 주효했다.

사회=인턴으로서의 업무는 어땠나? 애초 기대와 달랐던 점은.

머리 센 연구원도 납땜
인턴도 정직원 대우에 감명

△이정민(25·여)
 서강대학교 대학원 전자공학과 
 2005년 7~12월 독일 지멘스 본사 인턴
 현재 대학원 재학중
△이정민(25·여) 서강대학교 대학원 전자공학과 2005년 7~12월 독일 지멘스 본사 인턴 현재 대학원 재학중
=첫날 회사에 가니 사무실에 내 교육 스케쥴과 나한테 맡기는 프로젝트 브리프 두가지가 나와 있더라. 누군가 나를 이끌고 도와줄 것이라 예상했는데 처음부터 “너한테 이만큼의 권한을 줄테니, 네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해 압박감이 엄청났다. ‘페브리즈’브랜드 홍보를 맡았는데, 주로 주부들이 쓰는 상품이다보니 마트에 가서 아줌마들 졸졸 따라다니며 아줌마처럼 생각하려고 애썼다.

=처음부터 “이 회사는 나에게 필요한 일을 시킨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급 미용실에 들어가는 ‘레드켄’브랜드 마케팅을 맡자마자 무조건 현장으로 갔다. 청담동이며 이대며 고급 미용실 60군데를 방문해 문전박대도 당했지만 업계 원장님들과 친해졌다. 그 과정에서 남다른 열정을 보여줬는지 2개월 뒤 정직원으로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나는 부서 3곳을 골고루 거쳤다. 향후 엠비에이쪽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더니 엠비에이 출신 선배들이 많은 부서에 처음 배치시켜줘 조언을 듣게 해줬다. 한달 뒤에는 씨티은행과 한미은행 합병 직후에 한미은행 출신 직원들의 고충을 조사하는 업무를 맡아 전국을 돌아다녔다. 힘들었지만 조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마지막 한달은 금융상품 관련 팀에 근무했는데 회의에 같이 참석하며 내 이야기도 많이 반영해주고 유연하게 일하는 모습이 인상이 깊었다.

=전공인 무선통신과 거리가 있는 시험분야 업무를 맡았다. 머리가 하얗게 센 연구원들이 납땜도 하며 현직에 남아있는 모습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학교 다닐 때는 연구개발이 아닌 시험쪽은 좀 무시했는데, 막상 일해보니 제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시장에 나오는지 알게되어 좋았다. 전세계에서 온 인턴들에게 정직원과 동일한 노동 조건을 적용한다는 점도 감명깊었다.

“나는 아줌마” 생각 바꿔
주눅 안들고 내 의견 제기

△오진우(26·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2005년 7~8월 피엔지 인턴  현 피엔지 홍보실
△오진우(26·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2005년 7~8월 피엔지 인턴 현 피엔지 홍보실
사회=주위에서 겪은 다른 친구들의 인턴 경험과 비교해본다면 어떤 점이 다른가? 또 국내 기업들에게 인턴제에 대한 제언을 한다면.

=친구들은 보통 인턴십 하면 회사 구경시켜주고, 복사하고 이런 일을 제일 많이 하더라. 아무래도 인턴제도는 회사 홍보용이고, 와도 그만, 안와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많은것 같더라. 우리 회사 사람이 아닌데 뭔가 비중있는 일을 맡기기에는 힘들지 않냐고 생각을 많이 하는것 같더라.

=나는 인턴을 하며 정말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발견해 유학을 가게 됐다. 이전에는 막막했는데 현장에서 선배들을 만나서 일하며 내 적성을 찾은거다. 외국계 기업은 다소 개인적인 분위기라 국내 기업처럼 끈끈한 경험은 할수 없었지만, 사람의 진로를 찾게 해주는 데에는 남다른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독일 기업의 인턴십은 사회 공헌 측면도 큰 것 같다. 이공계의 경우 인턴십을 하면서 논문도 쓸수 있고, 인턴 이후 다른 곳에서 일하는 것도 자유롭게 체계를 갖춰놨다. 이런게 결과적으로 회사에는 큰 이득으로 돌아올 것이다. 당장 나만 해도 이번 인턴 경험으로 평생 지멘스에 호감을 갖게 됐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은 내 이야기를 듣고 ‘너네 회사는 이상한 회사’라고 말하더라. 우리는 선후배가 서로 이름을 부르고, 사장실도 따로 없는 회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위계 질서에 눌리지 않고 내 의견을 말할 수 있으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즐겁게 야근을 할 수 있는거다. 인재에 가치를 두는 회사가 인턴제도도 더 잘 운영하는 것 같다. 사회·정리/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국내기업 인턴은

“기업문화·직무 알만하면 끝나”
“홍보·판촉 등 상업적 이용 많아”


최근 2~3년새 국내 주요기업들이 인턴사원 채용을 크게 늘렸다. 하지만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 사이에선 인턴취업도 ‘별따기’라는 말이 돌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정규직 채용을 전제로 인턴을 뽑는 곳도 늘어, 채용절차도 정규직만큼 까다로워지는 추세라는 게 인사담당자들의 말이다. 하지만 인턴생활 경험자들 중에는 “국내기업들이 공채와 대학생 연수프로그램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느낌”이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올해 상반기에도 삼성, 포스코, 신세계, 롯데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이 인턴사원을 많이 뽑았다. 이들 국내 대기업들의 인턴채용은 규모가 크고, 정규직 공채시험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취업 희망자들의 관심이 높다. 삼성그룹에서 인턴생활을 한 김 아무개(27)씨는 “삼성그룹의 문화나 직무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을 받아 보람있었다”면서 “아쉽다면 기간이 짧아 실제 직무능력을 평가받을 기회가 없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달 남짓 지속되는 국내 주요기업들의 인턴십은 “기업의 맛만 보여주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일부 기업에선 선배사원과 인턴사원을 일대일로 연결하는 멘토링 제도를 도입하는 밀도 있는 인턴교육을 시행하는 반면에, 아직도 인턴을 뽑아 심부름이나 단순반복작업만 시키는 곳도 적지않다. 정부에서 1인당 30만원을 보조받는 아르바이트생 정도로 여기는 셈이다. 최근 법률사무소에서 인턴생활을 하고 있는 나아무개(22)씨는 “영어문서를 워드로 옮기는 것 같은 허드렛일 위주라서 실망스러웠다”면서 “점심배달을 해오라거나 서류정리를 시키고 먼저 퇴근하는 정규직 사원들을 보면 얄밉기도 하다”고 전했다.

취업포털 인쿠르트의 최승은 팀장은 “일부 기업의 인턴 운용을 보면 너무 상업적인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음료, 미용용품 등 소비재 상품을 다루는 기업의 경우 이들을 상품 홍보인력이나 마케터로 활용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최팀장은 “포스코, 삼성전자, 신세계 등 주요기업들 중 상당수가 공채 때 가산점을 주는 등 인턴십을 실제채용과 연결하고 있다”면서 “기업홍보 차원을 넘어 실제 인재를 확보하는 창구로 인턴십을 활용하는 기업이 증가하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라고 밝혔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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