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아목장 조옥향 대표
황무지를 매출 5억원 대목장으로
수제치즈로 “FTA 헤쳐 나갈 것”
수제치즈로 “FTA 헤쳐 나갈 것”
도전 2007 ⑤ 은아목장 조옥향 대표
“밖에선 ‘젖소부인’, 안에선 ‘젖소엄마’예요.”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은아목장’의 조옥향(54) 대표. 국내 낙농업계의 대표적 여성 경영인인 조 대표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자신을 ‘젖소부인’이라고 소개한다. 젖소를 키워 성공한 자신을 알리기 위해 이보다 더 딱 들어맞는 말은 없기 때문이다. ‘젖소부인’은 목장에선 ‘젖소엄마’로 변신한다. 24년전 3마리로 시작한 젖소는 지금 160마리로 늘어났다.
갓 서른의 서울 새댁은 건설회사에 다니던 남편을 설득해 결혼 3년만에 귀농했다. 해외파견이 잦은 남편과 가족들이 떨어져 사는 게 싫어서였다. 처음엔 집을 지을 여유도 없어 텐트 생활을 하며 황무지를 목장으로 바꿨다. 낙농 지식이 전혀 없던 터라 “여자가 나댄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 가면서도 낙농 교육·세미나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늘 꼼꼼히 기록하며 배운대로 실천했다. 조금씩 눈이 틔이면서 낙농업은 섬세한 여성에게 딱 들어맞는 분야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낙농기술도 일취월장했고, 5만평의 목장에서 우유를 생산해 연 5억원의 매출을 올릴 만큼 성공했다. 우량젖소 품평대회에서 11번 입상해 최다기록을 세웠고, 2002년엔 농업인으로선 큰 영예인 대산농촌문화상도 받았다.
조 대표는 이제 자신이 일군 목장에서 국산 명품 수제치즈의 가능성을 실험할 계획이다. 팜스테이와 축산 테마파크 조성도 그의 청사진에 들어 있다. “95년에 일본의 한 낙농가를 방문했다가 그곳에서 직접 만든 치즈를 맛본 뒤 바로 이거다 싶었죠.” 우유생산을 넘어 치즈에서 고부가가치 낙농업의 가능성을 본 조 대표는 ‘수제치즈’ 공부에 매달렸다. 외국에 나가서 강좌도 듣고, 국내 한 대학교수에게 무작정 배움을 청하기도 했다. ‘축산물가공처리법’이 엄격해 소규모 목장은 수제 치즈 판매허가를 받기 어려웠지만, 5년간 정부를 설득한 끝에 마침 지난해 9월 시행령이 완화돼 올해부터는 법적인 문제도 해결됐다. 조 대표는 “좋은 치즈는 유통기한이 짧아 수입산에 비해 국내산이 경쟁력이 있다”며 “은아목장 브랜드를 단 치즈 등 유제품은 물론, 치즈를 응용한 음식 개발, 프랜차이즈 사업에 이르기까지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체험목장을 열어 소비자가 목장에서 직접 젖도 짜고 치즈도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낙농과 관광을 결합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조 대표는 일본 삿포르의 후라노에서 교훈을 얻었다고 말한다. “후라노는 인구 7만의 소도시이지만, 낙농과 가공산업, 관광이 한데 어우러진 덕분에 한해 10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곳이죠.”
조 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낙농업계도 큰 피해가 예상되지만, 우리 입맛에 딱 맞는 가공산업으로 위기를 헤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창의력을 발휘해 특화 상품을 내놓고, 소비자 입맛과 신뢰를 붙잡는다면 길이 보이겠죠.”
여주/글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사진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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