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l 4명뿐인 ‘내부 육성 여성CEO’ 손병옥 푸르덴셜생명보험 사장
“일-가정 양자택일 문제 아냐
아이들 고3 때·남편 건강 안좋을 때
가정에 무게중심 뒀다…
회사가 나를 기다려줄
전문성 꾸준히 키워야”
“일-가정 양자택일 문제 아냐
아이들 고3 때·남편 건강 안좋을 때
가정에 무게중심 뒀다…
회사가 나를 기다려줄
전문성 꾸준히 키워야”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외국인을 제외한 443명 중 여성 시이오는 단 4명에 불과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손병옥 푸르덴셜생명보험 사장, 박성경 이랜드월드 사장, 조선혜 지오영 사장만이 한국 사회에서 손꼽히는 여성 시이오에 들었다. 여성 대통령이 등장한 시대지만, 기업 사회에서는 여성 시이오가 능력을 인정받기는 아직 힘들다는 증거다.
손병옥(61·사진) 대표는 이런 여성의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을 깨고 외국계 기업 시이오까지 오른 인물이다. 직장 생활을 푸르덴셜생명에서 시작하진 않았지만 1996년에 푸르덴셜에 합류한 뒤 15년 만에 대표가 된 ‘내부 육성’ 시이오기도 하다. 한국 기업에선 희귀한 ‘내부 육성 여성 시이오’의 생각을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여성 시이오가 드문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
“여성 시이오가 배출되려면, 많은 여성이 기업 내 임원으로 승진해 곳곳에 포진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여성 임원진 비율이 5% 이내다. 가장 큰 이유는 여성이 출산이나 양육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됐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출산이나 양육은 여성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기업·정부가 합심하지 않고서는 해결하기 쉽지 않다.”
-예전 인터뷰를 보면 ‘남자들의 화려한 인맥이 부러웠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한국의 시이오는 대부분 서울·고려·연세대 출신인 경우가 많다. 이를 어떻게 극복했나?
“신입사원이나 대리 땐 네트워킹(인맥)의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력이 쌓이면서는 업무 전문성 못지않게 네트워킹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점은 많은 여성이 겪는 어려움이기도 하다. 여성이 어려운 이유는 남성의 네트워킹 방식을 그대로 따르려는 데 있지 않나 싶다. 남성과 여성이 다르듯, 여성은 여성 나름대로의 네트워킹 방식 노하우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하는 여성이 가정과 직장생활을 슬기롭게 조화시킬 방법이 있나?
“여성 후배들에게 항상 일과 가정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과 가정을 반반으로 나누라는 뜻이 아니라, 시기에 따라 무게 중심을 때로는 가정에, 때로는 직장에 현명하게 배분할줄 알아야 한다. 저는 아이들이 고3일때, 남편의 건강이 좋지 않았을 때 무게 중심을 당연히 가정에 뒀다. 이를 위해선 회사가 나를 믿고 기다려줄 업무의 전문성을 꾸준히 키워놔야 한다.”
-후임 시이오를 키우고 있는가?
“시이오의 책임 가운데 가장 중요한 책임은 나보다 더 훌륭한 후임 경영자를 길러내는 있다. 그래야 내가 훌훌 떠날 수 있다. 가능하면 푸르덴셜도 내부승진을 통한 시이오가 나오길 희망한다.”
-시이오가 되길 원하는 직장인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많은 직장인들이 시간을 쪼개가며 자격증·영어 공부 등에 몰두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트렌드(시대적 흐름)를 쫓아가기 보다는 자신의 전문성을 중심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전문 분야에 대한 자기실력을 단단히 쌓은 다음, 또 다른 영역으로 확대할 때 자신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킬 수 있다. 조언을 해줄 멘토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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