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지사가 2019년 11월26일 플로리다 선라이즈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재선 운동 집회에서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은 지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문에 세력공백 혹은 이중권력 상태다. 트럼프가 공화당의 공식 지도부도 아니고 차기 대선 출마도 미지수인데, 당내에서는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를 타개하려면, 트럼프의 대선 출마가 확정되거나, 그를 대체할 인물이 나와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론 디샌티스(42) 플로리다 주지사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9~11일 텍사스 댈러스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 집회에서 실시된 차기 대통령에 관한 의견조사에서 트럼프를 대체할 수 있는 공화당 차기 주자로 부각된 것이다.
11일 발표된 이 조사는 두가지 방식으로 진행됐다. 트럼프가 포함된 조사에서는 트럼프가 70%로 압도적 1위를 했고, 디샌티스가 21%로 2위를 차지했다.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1% 이상을 받은 사람이 없다. 트럼프를 제외한 조사에서는 디샌티스가 68%로 압도적 1위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5%, 트럼프 아들 트럼프 주니어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4%로 뒤를 이었다.
의견조사는 여론조사가 아니고 보수정치행동회의 참석자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일 뿐이지만, 보수 성향 공화당 지지층의 여론을 드러낸다. 지난 6월 덴버에서 열린 서부보수정상회의에서 디샌티스는 차기 대선 후보에 관한 의견조사에서 275표를 얻어, 265표를 얻은 트럼프를 앞서기도 했다.
공화당 지지층에서 디샌티스의 부상은 그가 공화당의 기존 보수적 가치와 트럼프식 가치를 두루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일대와 하버드 법학대학원을 졸업한 엘리트 변호사인 디샌티스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플로리다 연방 하원의원을 지내며, 대표적인 친트럼프 의원으로 부상했다. 디샌티스는 2018년 플로리다 주지사 공화당 예비경선에서 트럼프의 낙점을 받아 유력 후보를 제치고 낙승했고, 본선에서 재검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했다. 이후 임신중지와 총기통제를 완강하게 반대하며 기존 공화당 가치를 수호했고, 주지사로서 트럼프에 대한 아낌없는 충성을 보였다.
플로리다는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올봄 가장 뒤늦게 재택 명령을 내린 편에 속했다. 학교 개교도 대부분의 다른 주들보다 빨랐고, 마스크 착용에도 회의를 드러냈다. 하지만 은퇴한 고령자 주민이 많은 플로리다는 그의 느슨한 코로나19 대처에도, 미국 50개 주 가운데 10만명당 발생자 수 17위, 사망자는 26위로 비교적 선방했다. 그는 연방정부나 민주당 주정부가 주장하는 봉쇄 정책은 과잉대응일 뿐 아니라 자유의 제한이라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트럼프 지지층에서 영웅으로 부상했고, 지난 6월 한달 정치자금을 600만달러나 모금했다. 2022년 주지사 선거 자금을 벌써 2700만달러나 모았다.
그의 정치 미래에서 상수는 트럼프다. 트럼프의 지지가 필수적이지만, 트럼프가 건재하다면 그의 정치 행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11일 <폭스 뉴스>와 회견에서 대선 출마에 대해 “나는 그 대답을 알고 있으나, 아직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출마가 현실화되더라도, 40대인 디샌티스에게는 차기 대선에서 ‘트럼프 이후 공화당’을 노려볼 기회가 펼쳐져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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