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25일 중국 정부가 보낸 전세기로 선전 바오안 공항에 도착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국기를 흔들며 환영하는 인파에 인사하고 있다. 선전/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창업자의 딸인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화웨이 순회회장직에 올랐다. 멍 부회장은 미국 정부의 제재를 어긴 혐의로 3년 가까이 캐나다에 가택연금돼 있다가 지난해 말 석방돼 미·중 갈등의 상징적 인물로 떠올랐다.
3일 화웨이 누리집의 경영진 소개 항목을 보면, 멍 부회장의 직책은 부회장, 순회회장,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적혀 있다. 화웨이는 2011년부터 순회회장직을 만들어, 3명의 부회장이 6개월씩 돌아가면서 순회회장을 맡는다. 최근 궈핑 순회회장이 퇴직하면서 멍 부회장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다만, 최고경영자(CEO)는 여전히 화웨이의 창업자이자 멍 부회장의 아버지인 런정페이 회장이 맡고 있다. 딸 멍 부회장이 순회회장까지 맡으면서 화웨이의 가족 승계가 더욱 구체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멍 부회장은 부모가 이혼하면서 어머니의 성씨인 멍씨로 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멍 부회장이 중국에서 미국의 압박을 이겨낸 기업인으로서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화웨이의 이번 행보가 눈길을 끈다. 멍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화웨이의 2021년 실적 발표에도 등장해 실적을 직접 발표했다.
멍 부회장은 2018년 12월 미국 정부의 이란 제재법을 위반한 혐의로 캐나다 밴쿠버 공항에서 체포됐다. 2년 9개월 동안 가택 연금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지난해 9월 풀려나 중국으로 돌아왔다. 멍 부회장이 이란 제재 관련 일부 잘못을 인정하는 대가로 미 법무부와 기소를 연기하는 데 전격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그가 풀려남과 동시에 중국에서 체포돼 간첩 혐의로 기소됐던 캐나다인 2명도 고국으로 돌아갔다.
멍완저우(맨 위 오른쪽) 화웨이 부회장과 런정페이(맨 아래 왼쪽) 화웨이 회장. 화웨이 누리집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9월25일 밤 이뤄진 멍 부회장의 귀국 행사는 중국 관영 방송인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등이 생중계했고, 1억명이 시청할 정도로 중국 내에서 주목받았다. 당시 화웨이 본사가 있는 광둥성 선전시 바오안 공항에 도착한 멍 부회장은 붉은색 원피스 차림으로 붉은색 카펫이 깔린 트랩을 내려와 “오성홍기가 있는 곳에 신념의 등대가 있다. 신념에 색이 있다면 분명 ‘중국의 붉은색’일 것”이라고 말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튿날 “정부의 끈질긴 노력과 수억명 조국 동포의 염원 속에 멍완저우가 1028일 만에 귀가했다”며 “멍완저우가 마침내 평화롭게 귀국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라 불리는 국가가 그의 배후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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