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9일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그이 말라고 저택 앞에서 전날 있었던 연방수사국(FBI)의 압수수색에 항의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이 트럼프 지지 세력과 공화당의 거센 반발을 불러, 중간선거 및 트럼프 대선 재출마에 영향을 미칠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9일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자택에 대한 미 연방수사국(FBI)의 압수수색이 정치적 탄압이라며 후원단체에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대선 패배 뒤 결성한 ‘세이브 아메리카’(미국을 구하자)라는 후원단체의 이메일에 “그들은 공화당과 나를 다시 멈춰 세우려 한다”며 “무법, 정치 박해, 그리고 마녀사냥은 폭로되고, 중단돼야만 한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세이브 아메리카는 약 1억 달러(약 1310억원) 후원금을 모금한 상태인데, 트럼프는 자택 압수수색 사건을 지지 세력 결집과 후원 확대 계기로 삼으려는 것이다.
트럼프에 비판적이던 공화당 주류 인사들도 조 바이든 행정부 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는 9일 성명에서 “법무부와 메릭 갈란드 장관은 국민에게 철저하고 즉각적인 해명을 해야 했다”고 따져 물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도 갤런도 장관이 압수한 서류들을 보존하고 일정을 비워놓아야만 할 것이라고 말해, 의회에서 따져 물을 것임을 밝혔다.
공화당 계열의 선거 전략가인 론 본진은 <로이터>에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의 선거운동에 기름을 붓고, 그의 재출마를 원하는 지지 세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류 언론들도 이번 사건이 이미 양극화된 미국 정치의 당파성을 더욱 격화시켜, 트럼프 지지 세력들의 결집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퇴임 이후 각종 범죄에 대한 수사를 받는 트럼프를 결정적으로 옭아맬 덫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법무부가 정치적 파장이 분명한 사상 초유의 전직 대통령 자택 압수수색을 결정하고, 법원도 영장을 발부했다는 사실은 트럼프에게 상당한 범죄 혐의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국가안보 범죄 기소를 감독해온 전직 법무부 관리인 데이비드 로프먼은 “이번 압수수색은 법무부 역사상 어떤 압수수색보다도 철저한 조사를 받았을 것이다”고 짚었다.
앞서 8일 연방수사국은 트럼프의 마라라고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번 수색은 그가 퇴임 뒤 백악관에서 가지고 나온 자료들을 회수하려는 목적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으나, 2020년 대선 조작 시도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도 미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