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AFP 연합뉴스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초미의 관심을 끈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이 강력한 인플레이션 억제책을 강조하며 매파적 발언을 내놨다.
파월 의장은 26일 연설에서 “(연준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대단히 중요한 초점은 물가 상승률을 2%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40년 만에 최대인 물가 오름세 억제를 강조했다. 그는 “연준이 책임지는 가격 안정은 우리 경제의 기반”이라며 “가격 안정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며, 우리의 강력한 수단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강력한 통화정책이 “가계와 기업에 어느 정도 고통을 안길 것”이라며 “이는 인플레이션을 줄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감스러운 비용이지만, 가격 안정이 회복되지 않으면 더 큰 고통이 온다”고 말했다. 강력한 통화 긴축 정책을 펴면서 발생할 수 있는 고용 둔화나 기업 활동 차질은 어느 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는 “수요 완화를 위해 강력하고 신속한 정책을 펴겠다”는 말도 했다. 또 과거 연준이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막는 데 실패한 경험들이 있다면서 이번에는 “단호히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일회적이거나 단기적인 데이터만을 가지고 통화정책을 펴지는 않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는 “7월에 인플레이션이 낮아진 것은 환영할 만하다”면서도, 이 정도만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진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6월에 9.1%까지 치솟았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7월에 유가 안정에 주로 힘입어 8.5%로 둔화됐다. 또 연준이 주되게 참고하는 7월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 상승폭도 6월(6.8%)보다는 무뎌진 6.3%인 것으로 이날 발표됐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이 정도 지표들만을 근거로 통화정책 완화를 고려하지는 않겠다고 밝힌 셈이다.
40여년 만에 가장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 있는 파월 의장은 매우 강력한 매파적 통화정책을 구사한 폴 볼커(1979~87년 재임) 전 연준 이사회 의장의 “인플레이션은 부분적으로는 스스로를 먹여살린다”는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경제 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꺾기 위해서라도 통화정책의 고삐를 계속 조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연설 말미에도 “우리는 임무(물가 안정)를 완수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설은 연준이 6·7월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인상하는 2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터라 금융시장과 각국 통화정책 담당자들의 더욱 큰 관심을 끌었다.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이냐, 아니면 다음에는 0.5%포인트 인상이라는 ‘빅 스텝’을 밟으며 숨고르기를 할 것이냐가 주된 관심사다. 연준은 물가를 잡으려면 강력한 통화 긴축 정책을 계속 펴야 한다고 보면서도, 이런 정책이 경기침체를 불러올 가능성도 고려하면서 균형을 잡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매파적 시각을 노출하면서도 앞으로 나올 지표들을 감안해 정책 조정을 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는 7월에 기준금리를 또 0.75%포인트 올릴 때 “다음 회의에서 또다시 이례적으로 큰 규모의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상기시켰다. 하지만 다음 연방공개시장위 회의(9월20~21일)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후속 지표들을 살피겠다고 했다. 그는 “계속 엄격한 통화정책 스탠스를 취한 뒤 어느 시점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도 했다. 최근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 의사록에도 이런 표현이 들어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의 연설을 강력한 통화 긴축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연설 직후 뉴욕 증시 지수들이 하락했다.
매년 와이오밍주 휴양지 잭슨홀에서 열리는 잭슨홀 미팅은 미국 등의 중앙은행 총재들과 경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경제 정책 심포지엄이다. 특히 연준 이사회 의장의 발언이 주목을 받아왔는데, 파월 의장은 2020·2021년 코로나19 탓에 원격으로 열린 이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단기간에 사라질 것처럼 발언해 나중에 상황 판단이 잘못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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