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중간선거 유세 겸 노동절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밀워키/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것을 자신의 대표적 치적으로 내세웠다. 동맹국들에 대한 전기차 보조금 차별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산’을 강조하며 보호주의 노선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5일 밀워키에서 한 노동절 기념 연설에서 “전 세계 제조업체들이 미국으로 오고 있다. 한국에서, 일본에서, 전 세계에서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기업 총수가 왜 미국에 투자하는지에 대해 내게 뭐라고 했는지 아나? 우리가 가장 안전한 환경과 최고의 노동자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미국산 제품을 쓰는 미국 공장들에서 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미국의 미래를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반도체 분야에 170억달러(약 23조원)를 투자하기로 한 상태다.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은 7월에 백악관을 방문해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에서 미국에 약 3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105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그 일부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5월에 방한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발표했다.
11월에 치러지는 중간선거 캠페인의 유세도 겸한 이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기업 등의 투자에 따른 첨단산업 일자리 창출을 자신의 주된 치적으로 내세운 것이다. 그는 “어떤 대통령 때도 임기가 이만큼 지난 시점에 1천만개에 가까운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못했다”고 했다. 연설 장소인 밀워키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경합하는 대표적 ‘스윙 스테이트’인 위스콘신주 도시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비슷한 ‘스윙 스테이트’인 펜실베이니아주의 피츠버그 부근에서도 철강 노동자들을 대상으로도 연설했다. 지난 1주일간 그는 펜실베이니아주를 세 번 방문해 연설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태도와 중간선거를 두 달여 앞둔 상황을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외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 조처의 시정은 어려운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문제점을 지적하려고 이날 방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공항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이른 시간 내에 미국과 각료급 채널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기로 한 안 본부장은 자신과 타이 대표가 이 채널을 맡는 게 적절하다며 “그도 사안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 “유럽과 일본은 사실상 우리와 거의 같은 상황”이라며 “(이들과) 입장을 공유하고 향후 필요 시 정부 간 협력과 기타 법적 절차 등을 공조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한국·일본·독일·영국·스웨덴의 주미 대사관 실무급 관계자들은 지난주에 만나 이 문제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공조 가능성을 타진했다.
안 본부장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한-미 산업통상 관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금석이 되는 사안”이라며 “향후 한-미 산업 생태계 구축에 있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메시지를 전하고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찾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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