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이 격추된 중국 기구 잔해가 가라앉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앞바다에서 7일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미국이 본토를 가로지른 후 4일 격추된 중국 기구는 군사 정찰을 위한 것이 분명하다며 정찰기로 파악한 정보 내용을 공개했다. 또 행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제재 부과 가능성을 밝히고, 하원은 규탄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등 중국에 대한 파상공세를 펼쳤다.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9일(현지시각) 낸 성명에서, 중국 기구는 “분명히 정보 감시를 위한 것으로, 그 장비는 기상 기구에 싣는 게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고고도 정찰기 U2가 출동해 촬영한 고해상도 사진을 통해 이런 분석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중국 기구에는 여러 개의 안테나가 달렸는데 통신 정보 수집과 통신 위치 파악 기능을 지녔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이 기구는 정찰 장비에 전력을 대는 태양전지판을 갖췄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 타임스>는 미국 정보기관 관리들은 이 안테나가 휴대폰과 무전기를 비롯한 통신기기들의 위치와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이런 기구들이 정찰 작전을 위해 개발한 중국 기구 선단의 한 부분이라는 점을 안다. 이런 행위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지시 아래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중국군을 배후로 지목했다. 이어 “중국은 정찰 기구들을 5개 대륙의 40개 이상 국가의 상공에 띄웠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프로그램의 범위와 관련해 각국과 직접 접촉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구를 만든 중국 업체는 중국군과 직접 거래하는 곳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또 업체 누리집 광고 동영상에는 이 업체가 만든 기구가 미국과 다른 나라들 영공을 나는 모습이 나온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이 광범위한 군사 목적의 정찰을 위해 기구들을 운용해왔다고 못박고 나선 것과 발맞춰 제재 부과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국무부는 “기구들의 미국 영공 침입을 지원하는 중국군과 연결된 중국 기관이나 기업에 대한 조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우리의 국가 안보와 동맹, 파트너들에게 위협이 되는 중국의 거대한 정찰 행위를 폭로하고 다루기 위한 광범위한 노력을 전개하겠다”며, 다른 수단을 이용하는 정찰 활동에 대한 대응도 강화할 방침임을 밝혔다.
미국 의회에서는 이 문제가 행정부와 공화당 간 공방 소재로 떠오른 가운데 중국에 대한 더욱 강경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하원은 이날 중국 규탄 결의안을 투표에 참여한 419명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 결의는 미국의 주권을 침해한 중국이 “정보 수집에 관한 거짓 주장으로 국제사회를 속이려 한다”고 비난했다. 바이든 행정부에는 이번 기구 사건 내용에 대해 의회에 상세히 설명하고 대책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상원 청문회에서는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의원들도 군이 더 단호히 대처했어야 한다며 강경한 목소리를 쏟아냈다. 여러 의원들은 지난달 28일 중국 기구가 미국령인 알류샨열도 상공에 진입했을 때 즉각 격추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기구가 적대 행위를 하지 않아 계속 관찰하고 있었으며, 조기에 격추했다면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알류샨열도 부근은 수심이 깊어 잔해를 건지기 어렵기 때문에 그곳에서는 격추하는 게 적절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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