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각) 멕시코에서 대통령과 여권이 추진하는 선거법 개정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몬테레이/EPA 연합뉴스
멕시코서 선거관리위원회의 힘을 줄이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법 개정이 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26일(현지시각) <에이피>(AP) 통신에 따르면 이날 시민들은 수도 멕시코시티의 광장에서 선거법 개혁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통신은 “광장에 보통 10만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데, 들어가지 못한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야권 일각에선 멕시코시티를 포함해 100개 이상의 도시에서 시위가 열렸다고 추산했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흰색이나 분홍색 옷을 입고 ‘내 투표에 손대지 마’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이 반대하는 선거법 개정안은 국가 선거관리위원회의 예산과 직원을 삭감하고 일부 지역 사무소를 폐쇄하는 등 선관위의 힘을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은 논란 속에서 최근 상원과 하원을 통과해 대통령의 서명과 발효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번 개정안을 제안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선관위가 지금까지 부정을 저질러 왔다며 권한 축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2018년 당선된 그는 2006년과 2012년에 두 차례 대선에서 패배한 바 있는데, 여기에 선관위의 부정이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그는 선관위 개편으로 연간 1억5천만달러를 아낄 수 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엔리케 바스티앙(64)은 “대통령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1970∼1980년대에는) 삶에 독립이 없었다”고 <에이피>에 말했다. 또 다른 참여자 페르난도 구티에레스(55)는 “대통령이 멕시코를 사회주의 정부로 이끌려고 한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선관위가 없던 시절처럼 투표 오류나 선거운동 과열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야권은 이번 선거법 개정안을 통해 여권이 2024년 선거에 영향력을 미치려 한다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6년 단임제인 멕시코에서 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 다시 출마할 수는 없지만 대통령의 지지율이 60%로 높은 수준이고, 총선 역시 여당인 모레나당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에이피>는 전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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