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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킹 목사 연설 60돌에 ‘흑인 혐오’ 총기 난사…3명 희생

등록 2023-08-27 13:53수정 2023-08-27 19:45

20대 백인 총격범 소총엔 ‘나치 상징’ 문양
26일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 총기 난사 현장 부근에서 연방수사국(FBI) 등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잭슨빌/AP 연합뉴스
26일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 총기 난사 현장 부근에서 연방수사국(FBI) 등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잭슨빌/AP 연합뉴스

미국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내겐 꿈이 있습니다”라는 명연설을 한 지 60돌을 맞은 날 흑인 혐오가 이유인 총기 난사로 3명이 숨졌다.

미국 언론들은 플로리다주 잭슨빌의 흑인 거주 지역에 있는 저가품 전문 매장 달러제너럴에서 26일 오후 20대 백인의 총기 난사로 흑인 3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총격범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근처 도시에서 온 총격범은 연방 사법 당국과 언론에 보낸 선언문에서 인종주의적 태도를 뚜렷이 드러냈다. 현지 경찰은 이를 근거로 “그는 흑인을 혐오했다”며 인종주의를 범행 동기로 꼽았다. 총격범은 아버지한테도 문자메시지를 보내 자기 컴퓨터를 열어보라고 했는데, 아버지가 컴퓨터에 뜬 글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총격범이 사용한 반자동 소총에는 나치를 상징하는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총격범은 달러제너럴 매장으로 가기 전 근처 흑인 대학 도서관을 방문했다. 신분을 밝히라는 경비원의 요구를 거부한 그는 나가달라는 요청에 자리를 떴다고 한다. 경찰은 그가 애초 흑인 대학에서 범행을 저지를 계획이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했다.

잭슨빌에서 흑인들을 겨냥한 총격 사건이 발생한 이날은 노예해방 100돌을 맞아 흑인들의 권리를 요구하는 25만명이 ‘워싱턴 행진’에 나선 지 60년 되는 날이다. 킹 목사는 당시 링컨기념관 앞 연설에서 “100년이 흘렀지만 흑인들은 자유롭지 않다”, “흑인들 삶은 아직도 흑백 분리의 족쇄와 차별의 사슬 때문에 심한 불구 상태다”라며 인종차별 철폐를 요구했다.

이로부터 60년 뒤 워싱턴에는 수천명이 다시 모여 ‘워싱턴 행진’과 킹 목사 연설을 기념하며 인종차별 반대를 외쳤다. 연설에 나선 킹 목사 손녀 욜란다 킹은 “오늘 할아버지에게 말을 할 수 있다면 ‘당신의 과업을 완수하고 궁극적으로 당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를 바치려고 아직도 이곳에 와야만 하는 상황이 유감스럽다’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잭슨빌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와 행진에 참가한 라토냐 토머스는 “대부분 흑인들이 사는 곳에서 백인이 총격을 가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난 흑인들을 겨냥한 것임을 직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에 말했다.

이번 총격은 잭슨빌에서 발생한 흑인 연좌시위에 대한 테러 63돌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사건이기도 하다. 당시 백인들이 이용하는 상점과 식당 출입을 금지하는 등의 차별에 항의하는 흑인들을 백인 폭력 단체 큐클럭스클랜(KKK)이 몽둥이와 도낏자루로 폭행했고, 경찰은 이를 지켜보기만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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