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캔자스 시티에서 10대 흑인 소년이 초인종을 잘못 눌렀다가 80대 백인 집주인의 총에 맞는 사건이 일어나자 16일(현지시각) 주민들이 모여들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The Kansas City Star, AP, 연합뉴스
미국 미주리에서 10대 흑인 소년이 집을 잘못 찾아가 엉뚱한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가 80대 백인 집주인의 총에 맞아 다쳤다.
미주리 캔자스시티 경찰은 지난 13일 밤 캔자스시티의 교외 주택가에서 총소리가 들렸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한 주택 앞에서 흑인 소년 랠프 얄(16)이 총에 맞아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얄은 백인 집주인 앤드류 레스터(84)가 쏜 총 2발에 맞아 머리와 팔을 다쳤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은 뒤 집으로 돌아가 회복 중이다. 그는 사건 당일 주소가 ‘115번 테라스’인 집에서 쌍둥이 남동생을 데려오라는 부모의 심부름을 받고 이 동네를 찾았다가 주소를 잘못 보고 ‘115번 스트리트’에 있는 집의 초인종을 누른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을 담당하는 클레이 카운티의 검사 제이처리 톰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에는 인종주의 요소가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레스터는 이날 초인종을 누른 얄과 별다른 말도 주고받지 않은 채 출입문 턱도 넘지 않은 소년에게 유리문을 통해 32구경 리볼버를 쏜 것으로 조사됐다. 얄은 경찰 조사에서 레스터가 “여기서 얼쩡거리지 말라”는 말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스터는 폭력행사 혐의로 유죄가 인정되면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사건 직후 체포되어 24시간 동안 조사받은 뒤 보석금 20만달러(2억6천만원)을 내고 주법에 따라 풀려났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주민 수백명이 이틀 동안 레스터의 집 앞에 몰려와 “흑인 생명이 공격받고 있다”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초인종을 잘못 눌렀다고 총에 맞을까 두려워 하는 아이가 없어야 한다”고 적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얄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의 말을 전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미국 <시엔엔>(CNN)은 사건 뒤 얄의 이모가 온라인 모금사이트 ‘고펀드미’에서 의료비를 돕기 위해 시작한 모금에 이날 아침까지 100만달러(약 13억2천만원)가 넘는 돈이 모였다고 전했다. 얄의 변호인 벤 크럼프는 가해자가 10대 소년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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