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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기후 변화에, 광산 난개발 겹쳐…티티카카 호수 말라간다

등록 2023-09-04 13:39수정 2023-09-05 07:25

태양의 섬에서 내려다본 티티카카 호수. 자료사진
태양의 섬에서 내려다본 티티카카 호수.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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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대륙 최대 호수인 티티카카 호수가 최근 이례적으로 더운 겨울 날씨와 강수량 부족으로 급격히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

미국의 시엔엔(CNN) 방송은 3일 “남미 안데스산맥의 고산 지대에 있는 티티카카 호수가 최근 기후변화 등으로 수량이 줄어들어, 호수에 의존해 생계를 꾸려가는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티티카카 호수의 수량이 해마다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엔 이런 요동이 기후변화로 인해 더욱 극단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엔엔 기상전문가인 테일러 워드는 “이번 겨울에(북반구는 여름) 남미 지역에 전례 없는 열파가 찾아와 물 증발량이 크게 늘어나고 가뭄이 이어지면서 호수 수위가 낮아졌다”고 말했다. 티티카카 호수는 페루와 볼리비아 사이의 해발 3800m 고지에 있다. 남미 대륙 최대 규모의 담수호로, 크기는 약 8300㎢ 남짓으로 한국의 전라북도보다 조금 크다.

티티카카 호수 일부 지역이 가뭄으로 말라버린 모습. AP 연합뉴스
티티카카 호수 일부 지역이 가뭄으로 말라버린 모습. AP 연합뉴스

페루 기상수문청 푸노 지역 담당자인 식스토 플로레스도 “지난해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이 지역 강수량이 예년보다 49% 줄어들었다”며 “지금처럼 따뜻한 겨울이 이어져 물 증발이 계속된다면 올 연말이면 호수의 수위가 역대 가장 낮았던 199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1992년부터 2020년까지 위성사진을 조사한 한 연구를 보면, 티티카카 호수가 해마다 약 1억2천만t의 물을 잃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가장 큰 원인은 강수량의 변화였다.

호수의 운명을 우려하는 것은 페루뿐이 아니다. 볼리비아 기상수문청은 최근 티티카카 호수의 수위가 1996년 때보다 25㎝ 정도 높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볼리비아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에 더해 주변 지역의 광산 활동이 호수 파괴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산 개발 과정에서 호수의 물을 무분별하게 끌어다 쓰면서 수위 하락과 수질오염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 분야의 전문가인 에드손 라미레스는 현지 언론에 “지구 온난화뿐만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문제가 이 사태를 심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이마라·케추아·우로스 등 원주민을 포함한 약 300만명이 어업·농업·관광업 등을 통해 호수에 의존해 살고 있다. 이들에게 호수 수위 저하는 심각한 생계 위협을 의미한다. 호수의 물이 줄고 수질이 오염됨에 따라 어획량이 줄기 때문이다. 또 주식인 키노아와 감자 소출도 줄고 관광업에도 타격이 있다.

호수 안에 있는 섬 타킬레에서 공예품을 만들어 관광객에게 파는 일을 하는 훌리안 우아타마르카(36)는 “우리 모두 호수 수위가 낮아져 걱정하고 있다. 관광객,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호수에서 나는 토토라 갈대를 엮은 뒤 호수에 띄워놓고 그 위에서 사는 우로스 원주민인 나사리오 차르카(63)는 “호수가 줄어들면 토토라 갈대를 구하는 것도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티티카카 호수에 의존해 살아가는 많은 지역민을 보호하기 위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코너 베이커는 “기후변화가 호수의 수위에 더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게 확실해지면서 지속적인 관리 전략이 필요해졌다”며 “특히 호수에 의존해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위태로워져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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